‘시흥캠퍼스 설립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153일간 이어 온 서울대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농성이 일단락됐다.

학교 측은 지난 11일 직원들을 동원해 농성 중이던 학생 30여명을 끌어냈다. 총학생회는 강제 진입을 규탄하는 등 반발하면서도 ‘점거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5개월가량 지속된 행정 마비 사태는 끝났지만 ‘서울대의 미래’로 불리는 시흥캠퍼스 설립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12일 “본관 점거에 따른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내린 고육지책”이라며 “사업 추진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등 갈등을 최대한 수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장기간 점거농성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점을 들어 학생들을 설득해 왔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학생창업사업인 ‘크리에이티브 팩토리’가 좌초 위기에 몰린 게 대표적 사례다. 서울대는 당초 이 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해동학술관을 지정했는데 본관에 있어야 할 행정부서들이 이곳을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는 바람에 사업 시작도 못 하고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했다.

총학생회가 “일단 점거를 푼다”고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지난 2월 조국 법대 교수 등 서울대 교수 640여명이 점거 해제를 호소하는 성명을 냈지만 점거학생들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총학생회 측은 “대학본부는 폭력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달 13일과 다음달 4일 학생총회를 열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부 강경한 학생들은 총장 퇴진운동까지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가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설립을 추진 중인 제2캠퍼스다. 서울대는 여의도공원의 세 배(66만㎡) 면적에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첨단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학생들의 반발로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