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5년' 위기의 서울대] 서울대 예산은 여전히 '구멍가게' 미국 스탠퍼드대의 20% 수준
서울대는 자타 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법인화 이후에는 4400억원가량의 나랏돈을 통째로 지원받고 있다. 다른 국립대는 물론이고 연세대 등 ‘부자 대학’으로 꼽히는 사립대보다 곳간이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빅데이터 분야 석학인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서울대는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구멍가게 수준”이라며 “미국 스탠퍼드대 같은 세계 유수의 대학과 경쟁하기엔 여건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의 한 해 예산은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 정도다. 한 해 1조원(연구비 제외)가량인 서울대 예산의 6배를 넘는다. 스탠퍼드대가 세계 경제 ‘혁신의 심장’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비결이다.

아시아권에서도 서울대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대 가운데 재정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의 세계 대학평가기관인 QS 순위에서 3년 연속 아시아 1위 대학에 오른 싱가포르국립대는 예산이 25억싱가포르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홍콩 공립대인 홍콩시티대도 단과대가 8개에 불과하고, 학생 수 역시 서울대 규모의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해 예산이 42억8000만홍콩달러(약 6600억원)에 달했다. 이 덕분에 QS에서 55위에 올랐다.

대학의 투자 여력을 보여주는 기금 규모 면에서도 서울대와 글로벌 주요 대학 간 차이는 현격하다. 스탠퍼드대가 작년까지 쌓은 발전기금은 222억달러(약 25조4000억원)에 이른다. 한 해 들어온 기부금만 8억달러(약 9000억원)로 서울대 예산과 맞먹는다. 서울대의 기금 규모는 3800억여원(2015년 말)에 불과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