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중심병원을 가다] "연구중심병원의 목표는 창업…기술지주 자회사 10개로 늘릴 것"
“고대구로병원에 기술지주 자회사가 5개 있는데 이를 10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성공하면 국내 바이오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임채승 고대구로병원 연구부원장(사진)은 “연구중심병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창업”이라며 “창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2015년 9월 ‘KU-MAGIC(융복합의료센터·Medical Applied R&D Global Initiative Center) 프로젝트’를 발족하는 등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헬스와 첨단 정보기술(IT) 결합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의료기술 사업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대구로병원에서만 10개의 진단 시약회사와 협력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유관 분야 연구개발(R&D)을 하는 것도 적극 지원한다.

임 부원장은 이를 연구중심병원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병원 주변에는 약국과 식당밖에 없지만 미국은 다르다”며 “병원이 생기면 함께 연구하길 원하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가 들어서 자연히 바이오헬스 클러스터가 형성된다”고 했다.

고대구로병원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R&D 이노베이션센터를 만들고 외부 기업 자문에 응하고 있다. 임 부원장은 “현재 센터 입주 회사가 두 곳이고 외부에서 자문을 받는 회사는 4~5개 정도”라며 “돈이 없어 입주를 못하는 기업 등을 위해 연구 시설을 빌려주는 프로그램도 가동할 것”이라고 했다. 구로·가산디지털단지 등 주변 산업 클러스터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아이디어가 있는 의사와 제작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주변에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인프라가 있지만 병원 문턱이 높다는 생각 때문에 아직 활발한 교류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인 임 부원장은 진단 검체 분석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한 약이 감염병에 효과가 있는지 등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내성 없는 치료제를 찾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AI의 핵심은 바이오 헬스케어”라며 “다행인 것은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는 변화가 상당히 빠르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언제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를 잡기 위해 여러 전문가가 힘을 합쳐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병원 중심의 의료기업 심포지엄, AI 심포지엄 등을 고민하고 있다.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그는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는 매출이 적고 기술 개발까지 오래 걸린다는 생각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중소기업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육성사업인 TIPS 등의 의료분야 지원이 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0개의 연구중심병원이 10개 회사만 창업해도 100개고 이 중 10%만 성공해도 코스닥 상장사 10개가 생기는 것”이라며 “대학평가 기준도 창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 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