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 소재 대학교 커뮤니티
사진=서울 소재 대학교 커뮤니티
[ 조아라 기자 ] "저에게 A교수님 '기업가치평가' 과목 하사해주는 분께 조공 드립니다. 국제재무관리 B교수님 강의와 교환 가능합니다. 원하시면 현금 드립니다. 쪽지 주세요."

"제가 이번이 마지막 학기인데 프랑스어1 과목을 꼭 듣고 싶습니다. 올해 여름까지 불어 배워서 여름에 프랑스 가는 게 제 작은 목표 중 하나인데! 프랑스어 과목이 1·2학년 우선 수강신청이네요 ㅠㅠ 수강신청해주실 2학년 학생 사례합니다."

15일 대학들에 따르면 3월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수강신청 권리를 사겠다는 학생들의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학점을 잘 주거나 취업에 도움 되는 등 인기 과목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해당 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이 올린 글이다. 대학가에선 이제 흔한 일로 자리 잡았다.

이화여대 재학생 이모 씨는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지 못했을 때는 학생 개개인이 해당 과목을 사겠다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리곤 한다"며 "짧은 시간에 원하는 과목을 서로 맞교환하거나 팔 수 있어 이맘때쯤 이런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강의를 사려는 학생들이 제시하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5000원부터 5만 원까지 구체적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원하는 대로 두둑하게 사례하겠다"는 학생, "기프트콘을 주겠다"는 학생의 글도 눈에 띄었다.

학과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두드러졌다. '화폐금융론' '소비자 마케팅' '국제 경영학' 등 상경계열 과목을 사겠다는 글이 많았다. 비교적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해 복수·이중전공으로 경영학을 드는 비전공 학생들까지 몰리면서 수강신청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졸업을 앞둔 한 고학번은 글을 올려 "졸업을 해야 하는데 복수전공 과목을 미처 다 못 들었다. 제발 이 과목을 넘겨달라"며 속타는 심정을 내비쳤다. 조기취업에 성공해 회사에 다니면서 남은 학점을 채우려는 듯 온라인 강의를 찾기도 했다.

수강신청은 '광클 전쟁'이다. 빛의 속도로 클릭할 만큼 학생들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원하는 과목을 신청하기 위해 창을 여러 개 열어놓고 접속해 수강신청 하는 학생들도 많다. 심지어 일부 학생은 자동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도록 제작된 매크로(많은 명령을 키 하나로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달 1~6일 수강신청 기간이었던 고려대 학생들은 "튕김 현상이 심했다. 여느 때처럼 접속해 수강신청 했는데 자동 로그아웃 됐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매크로 사용이 의심되는 대목. 그러나 학교 측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원천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서버를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은 불가능하다. 수강신청시 튕김 현상 등이 일어난 것은 여러 세션을 열어놓고 수강신청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열어놓은 창들을 학교 서버가 중복 로그인 시도로 인식해 홈페이지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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