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정부 당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키워드를 삭제·제외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지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항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12년에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실행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나 조항 존재 자체만으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네이버는 네이버는 자체 판단과 이용자 신고 등을 이유로 하루에 수천 건에 이르는 자동완성·연관 검색어를 제외하고 있으며, 대학이나 기업 등의 요청으로 특정 키워드를 제외해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검증위원회가 지난 1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해 1∼5월 임의로 제외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총 1408건으로 하루 평균 약 9개였다.

네이버는 그동안 실검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특정 키워드를 실검 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2012년 KISO의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마련한 규정"이라며 "실제로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을 받아 검색어 순위를 제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에 따른 삭제'로 분류하지 않고 '명예훼손'이나 '반사회적 정보' 등 다른 조항이 적용된 것으로 분류하는 등 방식으로 데이터를 '원천 관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네이버가 이 조항의 실행 사례가 없다면서도 이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에 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네이버는 "범죄 수사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 등이 실검에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공식 요청하는 등의 상황에 대비해 이런 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행정·사법기관의 영향을 열어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는 자동완성·연관 검색어에도 하루 수천건에 이르는 인위적 개입을 하고 있다.

KISO의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가 올해 3∼5월 신고 또는 자체 판단으로 제외한 자동완성·연관 검색어는 총 11만9317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1300개에 육박하는 키워드를 제외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여러 사례 중에는 올해 2월말 건국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발생한 성희롱·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가 학교 측 요청을 받고 해당 키워드를 검색어에서 배제해 준 사례가 눈에 띈다.

이용자가 '건국대'를 검색했을 때 '성추행' 등의 자동완성·연관 검색어가 뜨는 것을 네이버가 임의로 막았다는 뜻이다.

네이버는 기업들의 요청을 받고 해당 기업에 불리한 검색어를 배제하기도 했다.

'○○분유 구더기', '○○○○ 불매운동' 등으로, 역시 언론 보도가 이미 쏟아진 후였다.

KISO는 이에 대해 "기업과 관련된 다수의 검색어도 신고 때문에 제외 처리됐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보 유통의 측면에서 더 분명한 기준을 수립하고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 기업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검색 서비스에 관해 잘 아는 전직 네이버 직원 A씨는 "(검색어 순위 등에) 당연히 사람이 개입한다"며 "인위적인 개입이 없을 수 없고, 모니터링하는 팀도 있다"고 증언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