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한달새 무려 1천400만마리 살처분…'24시간내 처리' 원칙 못지켜
2~3일, 길게는 5일 걸려…감염 가금류서 바이러스 번져 AI 확산 '악순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산란계 농장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24시간 내 살처분'이라는 감염 가금류 처리 원칙조차 무너지고 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AI가 터지고, 최초 발생 이후 채 한 달이 안 돼 무려 1천400만 마리가 살처분될 정도로 피해가 광범위하다보니 매몰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해서다.

통상 2~3일, 사육 규모가 큰 농장은 5일가량 소요될 정도로 AI 감염 가금류 살처분이 지연되고 있어 바이러스 전파로 AI가 더 빠르게 확산하는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 감염 가금류의 24시간 내 살처분 원칙은 법적 규정은 아니다.

간이검사 결과 AI 양성 반응이 나오는 즉시 조처해 바이러스가 외부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축산 방역당국의 내부 방침이다.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의 경우 사육 마릿수가 많다.

수천 마리를 키우는 농장도 있지만 수십만 마리에 달하는 대규모 농장이 적지 않다.

AI가 급속히 확산, 살처분할 마릿수가 많아지면서 '24시간 내 살처분' 방침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간이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 살처분에 나서지만 통상 2∼3일, 길게는 5일까지 걸린다.

지난달 27일 음성 맹동면 봉현리의 농장에서 닭이 폐사하면서 8만3천마리의 닭을 살처분한 이후 충북에서는 모두 6개 양계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청주 오송읍 산란계 농장(12.1·8만3천마리), 음성 삼성면 산란계 농장(12.4·16만3천마리), 충주 대소원면 토종닭 사육농장(12.5·137마리)에 이어 음성 원남면 산란계 농장(12.9·8만9천마리), 음성 생극면 산란계 농장(12.11·7천마리) 등이다.

해당 시·군은 집단폐사가 발생한 직후 용역업체에 살처분·매몰 작업을 의뢰했는데 산란용 닭 살처분은 오리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커다란 포대(톤백)에 이산화탄소를 주입, 안락사를 시키는 절차를 거치는 것은 동일하지만 축사 내에 풀어놓고 키우는 육용 오리와 달리 성냥갑을 쌓아 놓은 형태의 케이지에 밀식 사육되는 닭은 일일이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초 발생 한달여 만에 1천400여만 마리가 살처분될 정도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살처분 용역업체의 인력 동원이 인계점에 달한 것도 가금류 매몰 처리가 지연되는 이유다.

통상 살처분 대상이 되는 1개 농장에 15∼20명의 인부가 투입되지만, 전례없는 규모로 발생하면서 요즘은 투입 인력이 5명으로 뚝 떨어졌다.

살처분 작업을 24시간 이내에 끝내지 못한 채 2∼3일씩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고, 마릿수가 많을 경우 닷새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충북 음성군은 살처분 인력난을 해소할 궁여지책으로 공무원들을 투입하기 위해 최근 자원자를 모집했다.

8명의 지원자를 지난 13일 살처분 현장에 투입해 급한 불은 껐지만 추가 모집은 계획하지 못하고 있다.

살처분 현장에서 복귀한 뒤 오랜 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침, 저녁으로 수은주가 영하권을 맴도는 등 기온이 떨어지는 것도 축산 방역 담당자들의 걱정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AI가 더욱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살처분 작업이 지연돼 AI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의심 신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서두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지난달 17일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육용 오리 사육농가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후 14일 기준 91개 농장의 가금류 219만9천387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가운데 67개 농장은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