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정호성 휴대폰 녹취록 분석…수뇌부 첫 '작전회의'
추가 파견검사 10명 내일 발표…특검 사무실 정비 '속도'


현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도 일정 부분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검팀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넘겨받은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휴대전화 녹취록에 담긴 내용이다.

특검팀 대변인을 맡은 이규철 특검보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록에서 정 전 비서관과 최씨 사이에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 관한 두 사람 간 통화 내용이 들어있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는 정부의 정책 수립·결정을 위한 최고위 심의 절차다.

녹취록에는 최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와 관련해 정 전 비서관과 대화·협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검 관계자는 "아직 수사 착수도 안한 상태에서 (휴대전화 녹취록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드리기는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는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혀줄 물증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를 오가며 일종의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는 인물이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박 대통령은 물론 최씨와의 대화 내용도 상당량 녹음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 전 비서관 휴대전화가 특검팀의 향후 수사에 방향타 구실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0월 말 정 전 비서관의 집을 압수수색해 '정호성 녹음파일'로 불리는 통화 녹음 자료를 확보했고, 특검팀은 검찰로부터 이를 문자로 옮긴 녹취록을 받아 세부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조직 정비와 검찰 수사 기록 검토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본격 수사를 앞두고 '담금질'을 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박 특검과 박충근·이용복·양재식·이규철 등 4명의 특검보 등 지휘부가 참석한 첫 회의를 열었다.

역할 분담이나 수사 방향 등을 논의하고 호흡을 맞추는 자리로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수사를 앞둔 '작전회의'로 풀이된다.

이규철 특검보는 "현재까지의 준비사항을 체크하고 앞으로 수사계획을 논의하기 위해서 오늘 처음으로 특검보 회의를 했다"며 "사무실 임차, 파견검사 등 인력 확보 문제, 기록 검토 등 수사 준비사항 체크 등이 안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팀은 일단 조직 정비와 검찰 수사 자료 확보 및 검토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조만간 조직 구성과 사무실 준비 등 인적·물적 기반을 완비할 전망이다.

전체 파견검사 20명 가운데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 등 10명이 우선 파견됐고 나머지 10명의 명단도 사실상 확정됐다.

이 특검보는 "추가 파견검사 10명에 대한 법무부 결재가 났다"며 "명단은 내일 아침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검사들은 9일 오후께 합류할 전망이다.

특검팀은 특별수사관 40명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법무사협회에 적격자 추천을 의뢰했고 상당수가 내정된 상태다.

특검 사무실이 입주할 대치동 건물에서는 보안 설비 설치 등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며 특검팀은 다음 주 초에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실 마련이 완료되면 수사 기록 인수인계나 기록물 분석 등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며 특검팀은 강제수사, 참고인·피의자 소환 등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이영재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