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출신 성적 장학생에겐 음식 무료로 줍니다"
서울 화양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종팔 사장(58·사진)은 대학생 사이에서 ‘착한 아저씨’로 불린다. 그는 지난해부터 성적 우수 장학생에게 삼겹살을 무제한 제공하는 그만의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 고깃집 이름도 ‘착한놈’이다.

지난 2년여 동안 300여명의 장학생이 착한놈에서 공짜 삼겹살을 즐겼다. 지방 출신 성적 우수 학생에겐 고기뿐 아니라 술과 음료, 밥, 찌개 등 모든 메뉴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사장은 “어려운 형편에 밥값, 술값 아껴가며 열심히 공부한 학생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행사를 하게 됐다”고 6일 말했다.

이 같은 선행은 그의 과거와 무관하지 않다. 경북 경산 출신인 그는 1977년 한양대에 입학해 지독하게 가난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물로 배를 채우는 게 일상이었고, 배춧잎 한 장을 넣어 끓인 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게 호사였다고 했다. 이 사장은 “그 유명한 왕십리 곱창 한 번 못 먹은 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가 학교에 다닐 수 있던 건 장학금 덕분이었다. 이 사장은 “장학금을 못 받으면 학교를 못 다닌다는 생각에 독하게 공부했다”며 “장학생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을 타는 걸 보면 정말 기특하다”며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어렵지만 학생들이 고기를 먹고 감사하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휴대폰에는 “고기가 정말 먹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다음 학기에도 장학금 받아서 또 올게요” 등 학생들이 보낸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는 무료제공 혜택을 누린 300여명의 학생 연락처를 ‘고62김아무개’와 같은 형태로 저장해놨다. 이 사장은 “고기를 2016년 2학기에 먹고 간 김아무개라는 뜻”이라며 “가게에 온 학생을 기억하기 위해 만난 시기를 함께 적는다”고 설명했다.

김형규/마지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