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연구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연구자들이 의약품 개발을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보행용 로봇 재활치료기기인 모닝워크 제품화에 성공했다. 질병이나 사고로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는 기기를 활용해 치료받을 수 있다. 병원 의료진은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참여했다.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의학 자문도 했다. 이 기기는 울산대병원 등에서 뇌졸중 환자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내년에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환자 치료만 하던 대학병원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사업 아이디어를 키우는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학병원의 연구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315건의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병원을 기반으로 한 창업회사도 늘고 있다.
R&D 힘 쏟은 대학병원…기술이전 수입 7배 늘어
◆연구중심병원 국내외 특허 168건

보건복지부는 2013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10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한 뒤 대학병원의 연구분야 투자가 크게 늘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연구중심병원의 연구인력은 2012년 1803명에서 지난해 2633명으로 46% 늘었다. 연구비는 같은 기간 4800억원에서 6300억원으로 증가했다.

성과도 나왔다. 2013년 이후 연구중심병원은 315건의 기술이전을 해 14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2010~2012년 연평균 8억원에 불과하던 기술이전 수입은 올해 55억원(10월 기준)으로 6.8배 늘었다. 연구중심병원에서 창업한 회사는 16곳인데 이 중 절반이 올해 설립됐다.

연구중심병원에서 출원한 국내외 특허는 168건이다. 유전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 확진기술 등 5건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아 환자 치료에도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창업 생태계 구축

연구중심병원은 대학병원에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주고 병원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바이오헬스케어산업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마련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은 매출의 25%를 연구수익으로 올린다. 이 병원의 연구 결과물로 탄생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한 해 매출은 10조원에 달한다. 병원은 매년 일정 비율의 기술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학병원은 매출의 대부분을 진료 수익에 의존해왔다. 의료접근성이 높아 동네의원을 찾아야 할 경증환자까지 대학병원을 찾으면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졌고 환자쏠림은 심해졌다. 대학병원과 동네의원이 환자를 두고 경쟁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연구중심병원 제도는 국내 대학병원들이 수익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연구수입 비중 3%→8.9%

병상만 늘리던 대학병원은 2013년을 전후해 연구조직을 강화했다. 의과대학에 진료부원장 외에 연구부원장을 임명했다. 의생명연구센터, 첨단의학연구원 등 연구소도 지었다. 자연히 수입구조도 바뀌었다. 2013년 국내 대형대학병원 전체 수입에서 연구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3%였다. 지난해 이 수치는 8.9%까지 올라갔다.

연구 인프라를 개방하는 병원도 늘었다. 연구중심병원이 임상시험 자문, 검사장비 대여 등을 한 사례는 올해에만 1342건이다. 46개 기업은 병원에 입주해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