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모금, 평화적 촛불시위 이끈다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4차 주말 촛불집회에선 경찰의 ‘차벽’을 꽃 스티커로 치장한 ‘꽃벽’(사진)이 화제가 됐다. 미술가 이강훈 씨가 지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평화를 상징하는 꽃 스티커를 차벽에 붙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예술분야 크라우드펀딩업체 세븐픽처스를 통해 모은 100만원을 종잣돈으로 2만9000여장의 꽃 스티커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꽃벽처럼 평화시위를 위한 아이디어를 SNS에 공개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크라우드펀딩이 늘어나고 있다. 집회 참가자의 아이디어가 핀테크(금융+기술)와 만나 새로운 집회문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티셔츠 제작업체인 인투더딥은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 ‘하야하라’는 문구를 넣은 ‘하야하라 티셔츠’ 제작비 100만원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했다. 5일 만에 목표액을 초과한 120만원을 모았다. 공공예술가 윤상규 씨는 오는 26일 열릴 5차 주말 촛불집회에서 폴리스라인·화장실·응급구호소 등을 표시하는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풍선 ‘피스 사인(peace sign)’ 2250개를 제작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으로 500만원을 모을 계획이다.

꽃벽 설치도 계속된다. 이씨는 경찰 버스에 붙은 스티커가 잘 떼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반영해 접착성이 약한 포스트잇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모금은 하루 만에 90만원(목표액의 30%)을 달성했다. 크라우드펀딩업계에 따르면 촛불집회를 위한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10여개가 진행되고 있다.

만화가 지망생 김도현 씨(숙명여대 1년)는 직접 촛불집회 현장을 그린 그림책 제작비용 50만원을 19일부터 모금해 나흘 만에 목표액의 70%를 모았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SNS가 단순한 홍보·여론 형성 기능을 넘어 개인의 창작물을 손쉽게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장이나 모금의 플랫폼을 제공해주고 있다”며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핀테크인 크라우드펀딩이 만나 새로운 시위문화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