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 안종범·최순실 검찰 수사 급진전 가능성 주목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비호 아래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하며 각종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는 차은택(47) 광고감독이 8일 전격 귀국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그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차씨는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된 뒤 취재진에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의 관계를 각각 다르게 언급했다.

그가 울먹이며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가운데 핵심 '내부자'인 그의 진술 태도에 따라 최씨 등 의혹 당사자들을 향한 검찰 수사가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가 안 전 수석과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시인한 점이다.

그는 안 전 수석과의 관계를 묻자 "안종범 전 수석과는 조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기금을 강제로 출연하도록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이미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보인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이 원활하도록 보좌한 것이지 모금 행위를 강제한 적은 없다며 핵심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차씨가 안 전 수석과 수시로 업무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차씨를 상대로 안 전 수석의 관여 정도를 강도 높게 추궁할 계획이다.

차씨는 미르재단 이사진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학원 은사인 김형수 연세대 교수를 비롯해 재단 이사장과 주요 이사들, 실무진까지 차씨 인맥으로 채워져 그가 사실상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안 전 수석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차씨 측근들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강탈 시도에 관여한 혐의(강요미수)도 받고 있다.

차씨 역시 광고사 강탈 혐의와 관련해 우선 체포된 상태여서 공범 관계인 안 전 수석이 어떤 도움을 줬는지와 관련해 구체적 진술을 할지 주목된다.

차씨가 의혹의 핵심 인물인 최씨에 관해 제대로 입을 열지도 관심이다.

그는 최씨와의 관계를 묻자 "검찰에서 진실하게 답변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말을 아꼈다.

공개적으로 최씨와의 관계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검찰에서 최씨의 실체에 관한 진술을 할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관여 및 기금 유용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씨의 입이 닫힌 상황에서 '동업자' 관계로서 두 재단의 기획·설립·운영을 한 것으로 알려진 차씨의 진술은 최씨 기소를 앞두고 시간에 쫓기는 검찰 수사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최씨는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는데 차씨도 거의 항상 있었다"고 증언한 가운데 차씨는 '국정 농단' 의혹 규명 과정에서 반드시 조사가 필요한 인물로 일찌감치 지목됐다.

이런 가운데 차씨는 '최순실 의혹'을 알고도 눈감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야권을 중심으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책임론과 수사 필요성이 대두했다.

최씨가 '비선 실세'로 행세하며 이권을 챙기는 동안 사정라인을 총괄하는 그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사태가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기까지 그의 책임이 없을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성한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차씨가 우 전 수석의 명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