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처우 개선 없이는 기초과학 분야 우수 인재 난항 겪을 듯

"최우수 학생은 죄다 의과대학을 가려고 한다."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 교장은 이공계 우수 인재 학생의 '의과대학 쏠림' 현상을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약 10일 남은 현시점에서 올해 역시 이런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의료계와 이공계에 따르면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의과대학에 입학하려는 경향이 심하다.

이에 따라 국가발전과 기초과학 육성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이웃 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물리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며 "의과대학 쏠림 현상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는다면 기초과학 기반 붕괴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국내 의사 수가 전 세계 평균보다 부족하지는 않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의사밀도는 10.9명으로 OECD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는 2.2명으로 OECD 28위에 올라있어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국토 면적 대비 의사밀도'가 더 의료 접근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의료계의 분석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이런 논쟁과 별개로 국가 미래 전략과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관점에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공계에서는 공과대학을 나오더라도 충분한 직업 안정성과 그에 걸맞은 보상(임금 등) 체계를 갖춘다면 의과대학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연구직 종사자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을 높일 수 있을 때 지난해 수능 이과 만점자 7명이 모두 서울의대를 지원한 사실과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는 김민준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석좌교수는 "한국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인력 70%가 비정규직이라는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려서부터 이공계 교육의 중요성과 졸업 후 창업을 통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여러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k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