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고영태·이승철·조인근 조사…K스포츠 前이사장 등 압수수색
진술 내용 따라 청와대 관계자 등 수사선상 오를수도


검찰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 측의 소환 조사를 위해 접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28일 "최순실씨 측과 접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수사와 관련, "검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도 오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서 소환하면 출석해 사실대로 진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관련자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실제 최씨 소환이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오전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을 총괄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과 최씨의 최측근 인사 2명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이 부회장은 두 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끌어모으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기업에서 자진해서 기금을 출연했다"고 주장해왔으나 최씨나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이 관여한 의혹이 속속 제기되며 궁지에 몰렸다.

검찰은 오후에는 이성한(45)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씨는 미르재단 설립 멤버로, 한때 최씨의 총애를 받은 최측근 인사로 알려져있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미르재단 설립 및 기금 모금 경위, 최씨의 청와대 문건 유출을 비롯한 국정농단 의혹 전반을 캐물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뒷받침할 증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씨가 비선모임을 운영했다",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받아 검토했다", "최씨와 정권 실세들 사이에 통화한 녹취록 77개를 갖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전날 밤 출석한 최씨의 또 다른 측근 고영태(40)씨 조사도 이틀째 이어졌다.

밤샘조사를 넘어 사실상 '합숙조사' 형태다.

고씨 역시 최씨 의혹을 밝혀 줄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이달 중순 언론 인터뷰에서 "회장(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뜯어고치는 일"이라며 국정농단 의혹을 가장 먼저 세상에 알렸다.

두 측근 조사는 이날 자정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대질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의 진술 내용에 따라 검찰이 관련 의혹의 중심에 있는 청와대를 정조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5개월간 대통령 연설문을 담당했던 조인근(53)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도 불러 최씨의 연설물 첨삭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최씨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의 자료 복구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해당 태블릿PC에는 박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국방·외교·경제·대북정책 관련 문서가 저장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다.

검찰은 또 이날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김필승 재단 이사 등 재단 관계자 8명의 주거지 1곳씩을 압수수색해 업무 관련 자료도 확보했다.

정 전 이사장은 최씨와의 인맥 덕분에 영입됐다는 의혹을 받아오다 논란이 되자 최근 사임했다.

김 이사도 최씨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재단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거론된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