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세계뇌졸중학회가 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증상이 생기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하는 뇌졸중 질환의 초기 증상을 알리고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제정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손상이 오는 질환이다. 뇌가 갑자기 부딪힌다는 의미를 가진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등으로 구분된다. 뇌졸중을 방치하면 뇌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반신마비,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뇌졸중 증상과 예방법, 대처법 등을 알아봤다.
기침·콧물은 없는데 몸이 으슬으슬?…'뇌졸중 경고음' 일수도
사망률 1위 질환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 국내 사망률 1위 질환이다. 증상이 생긴 뒤 반드시 3시간 안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혈관이 막혀도 주변 다른 혈관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지원하지만 뇌세포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3시간이기 때문이다. 3시간 안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막힌 혈관을 뚫으면 회복 가능성이 크지만 이 시간을 넘기면 심각한 장애를 남기거나 사망할 수 있다. 병원 응급실 등을 찾아 처치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가급적 증상이 생긴 지 1시간 안에 119 등을 통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기침·콧물은 없는데 몸이 으슬으슬?…'뇌졸중 경고음' 일수도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뇌 조직은 손상되기 시작한다.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릿한 증상이 나타난다. 발음이 어둔해지고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이 생겼다가 수분이나 수시간 안에 호전되는 환자도 있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라고 하는데 이후에 뇌경색이 생길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전조증상으로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5만명의 일과성 뇌허혈 발작 환자가 생기고 이 중 3분의 1에게서 급성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증상을 경험한 환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이 생기면 문제가 생긴 혈관과 손상된 뇌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한쪽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반대편 팔다리 안면부에 마비가 생길 수 있다. 두통 구토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뇌에 압력이 높아져 발생하는 증상으로 뇌경색보다는 뇌출혈일 때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어지럼증, 언어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고 시각장애나 시야결손이 생기기도 한다. 안구를 움직이게 하는 뇌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복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겨울철 몸살, 뇌경색 초기증상 가능성도

뇌경색은 뇌졸중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뇌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은 20~30%로 뇌출혈보다 낮지만 발병하면 30% 정도의 환자에게서 마비 등의 후유증이 남는다. 한 번 죽은 뇌 조직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뇌경색은 제때 치료를 시작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뇌경색은 뇌출혈보다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으슬으슬 춥고 몸이 욱신거리는 몸살이 있을 때도 의심해봐야 한다. 최석근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경색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상당수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몸살을 앓듯 으슬으슬 추웠다거나 온몸이 찌뿌둥한 느낌이 있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몸살 증상은 몸에서 혈전이 생길 때 염증반응이 일어나 생긴다. 혈전은 응고된 혈액덩어리다. 혈전이 뇌 혈관을 막는 것은 뇌경색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감기나 몸살 증상이 많아지는 계절에는 뇌경색 전조 증상과 일반 감기몸살 증상을 잘 구분해야 한다. 최 교수는 “환절기에 목통증 기침 콧물 등의 호흡기 증상이 없이 몸이 욱신거리고 팔다리가 쑤시는 근육통이나 몸살 증상만 있다면 뇌경색 전조 증상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령이고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등 위험군에 속한다면 병원을 찾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출혈 일으키는 뇌동맥류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뇌 안에 피가 고이는 뇌내출혈, 동맥류가 터지며 뇌를 싼 지주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지주막하출혈 등으로 구분된다. 뇌졸중의 20%를 차지하는 뇌출혈의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이다. 뇌 속 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오른 동맥류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환자의 30~40%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동맥류는 혈관벽이 얇아지거나 약해지면서 높은 압력 때문에 혈관이 서서히 늘어나 확장되며 풍선 모양을 이룬 것을 말한다. 터지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환자 대부분이 망치로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을 경험한다. 뇌동맥류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건강검진을 통해 뇌동맥류를 발견하고 미리 대처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뇌동맥류가 터진 뒤에야 유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분 정도 걸리는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와 MRI(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해 확인할 수 있다. 뇌동맥류는 문제가 된 동맥류의 목 부분을 작은 집게로 묶거나 뇌혈관으로 기구를 넣어 뇌동맥류 안에서 동맥류를 막는 방법 등이 활용된다. 정경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초기에는 기술 발달이 느려 합병증이 많이 보고됐지만 최근에는 뇌혈관 조영장치 등을 활용해 치료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당뇨환자 관리 중요

뇌졸중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생기면 주변 사람들의 대처가 중요하다. 의식이 희미한 환자에게 억지로 약이나 음식을 먹이면 기도를 막아 질식할 수 있다. 옷을 느슨하게 해 호흡이 잘되도록 하고 구토를 하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물질이 기도를 막지 않게 해야 한다.

병원을 찾으면 진단을 하고 뇌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는지 검사를 한다. 뇌경색이라면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처방 받고 관련 치료를 한다. 지주막하출혈이라면 바로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 인체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빠른 시간 안에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재활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사회 복귀까지 기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등의 질환을 잘 치료해야 한다. 고혈압은 뇌경색과 뇌출혈에 모두 영향을 준다. 당뇨병도 뇌경색 위험을 1.8~2.5배까지 올린다. 뇌경색의 20% 정도는 심장병 때문에 생긴다.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심장 안의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고 혈전이 생길 수 있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탄력을 잃고 혈액 점도가 증가하며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액 내 산소 함유량이 떨어진다. 금연하면 1년 안에 뇌졸중 발생률이 흡연했을 때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젊은 뇌경색 환자는 폭음 때문에 생기는 일이 많다. 흡연과 폭음은 혈관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