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영천 고속도로 확장구간 구조적 문제…차량 결함 가능성도

13일 관광버스가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고 불이 나 관광객 10명이 숨진 경부고속도로 지점은 확장공사 때문에 갓길이 거의 없는 편도 2차로의 위험한 곳이다.

그럼에도 완만하지만 2㎞ 이상 내리막이 이어져 과속하기 쉽고, 내리막 끝 지점에 울산으로 빠지는 나들목이 연결돼 있어 수 많은 과속 차량들이 울산으로 진입하기 위해 급히 차선을 바꾸는 지점이다.

대형사고 위험이 상존한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을 불과 100여m 앞둔 곳으로 울산∼영천 고속도로 확장공사의 울산 마지막 구간이다.

경부고속도로 울산∼영천 구간에는 현재 확장공사 때문에 공사지점과 고속도로를 구분하는 콘크리트 방호벽이 갓길을 차지하며 길게 늘어서 있다.

이 때문에 갓길이 2차로 바깥선 끝과 방호벽 사이 갓길은 아예 없거나 30∼40㎝에 불과하다.

콘크리트 방호벽은 울산∼영천 고속도로 55.03㎞ 양쪽에 일렬로 세워놓아 운전자들은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큰 위협을 받는다.

대형 버스가 편도 2차로를 나란히 붙어 달리면 사이드미러가 부딪힐 정도로 노폭이 좁은 느낌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전 구간은 최고제한속도가 시속 80㎞다.

사고 현장 감식을 했던 울주경찰서 관계자는 "공사 때문에 노폭이 좁고 내리막이어서 속도를 줄여 안전운전 하지 않으면 사고 위험이 큰 구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도로가 좁고 위험해 운전자의 부주의나 타이어 결함 등이 겹치면 대형 사고가 불가피하다.

사고 장면을 담은 CCTV 분석 결과 버스는 사고 지점 후방에서부터 비상등을 켜고 1차로를 달리다가 사고 지점 앞에서 갑자기 대형 버스 사이 2차로로 끼어든다.

중심을 잃은 버스는 앞부분이 콘크리트 방호벽에 박히면서 불꽃이 일었고, 2차례 더 방호벽을 박고는 화염에 휩싸인다.

사고 버스가 목적지인 울산으로 가려면 100m여 앞의 언양분기점 램프로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사고 지점에서 급히 차선을 변경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가 언양분기점으로 들어가려고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다가 차량이 균형을 잃어 방호벽을 들이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확장공사 때문이기는 하지만 운전자에게 위협을 주는 갓길 방호벽도 사고를 유발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고 버스는 화염에 휩싸이는 순간 높이 1.5m의 방호벽과 버스 오른쪽 부분이 틈이 없을 정도로 붙은 채 멈춰 출입구가 막히고 관광객이 내리지 못해 인명사고가 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경찰 감식결과 버스 출입구 쪽 하부에 설치된 연료통이 깨진 점으로 미뤄 1, 2차 방호벽 충격으로 연료통이 깨지면서 불이 붙어 출입구 쪽이 화염에 휩싸여 신속한 탈출이 어려웠다.

또 타이어 파열로 버스 운행 방향이 1차로에서 2차로로 물리적으로 변경돼 사고가 났을 개연성도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 구간의 갓길은 폭 2m가 원칙인데 갓길 위에 방호벽이 설치됐다면 핸들을 조금만 꺾어도 방호벽에 부딪히게 된다"며 "차량 정비를 철저히 하고 공사 구간에서는 제한 속도에 맞춰 안전운행을 했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울산∼영천 구간은 기존 왕복 4차로를 6차로로 넓히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0년부터 8천280억원을 투입해 내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lee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