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14일 교내에서 열린 ‘개교 70주년 기념식’ 도중 단상에 올라가 시위하고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14일 교내에서 열린 ‘개교 70주년 기념식’ 도중 단상에 올라가 시위하고 있다.
“학생들은 본관 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여러분은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이나 주고받으면서 웃고 있습니까?”

서울대가 14일 오전 교내에서 개최한 ‘서울대 개교 70주년 기념식’에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난입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께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수상자의 수상 소감 발표가 끝난 직후였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축사를 위해 일어난 순간 식장에서 대기중이던 학생 10여명이 단상 위로 진입했다. 이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하고 즉각 대화에 나서라”며 성 총장에게 즉답을 요구했다.

축사를 위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린 지엔화 중국 북경대 총장은 당황한 채 20여분간 학생들의 요구를 듣다가 화장실로 자리를 피했다. 일부 교수가 학생들 설득에 나섰지만 학생들은 단상 점거를 풀지 않았다. 한 교수는 “너희들이 학생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황수익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개교 70주년을 기념하는 목적이 있는데 여러분들이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중재에 나섰다. 학생들은 “성 총장의 답변을 들을 때까진 나가지 않겠다”고 맞섰다.

보다못한 성 총장은 “학생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숙고하고 있다”며 “행사가 끝나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수습에 나섰다. “특정 학년이나 학과 학생들이 시흥캠퍼스로 가야 하는 문제가 없을 것은 분명히 약속한다”고도 강조했다. 성 총장이 “시흥캠퍼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학생들과 충분히 이야기할 것이니 오늘은 여러분들이 이 정도만 하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자 현장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식장에 참석한 학생과 동창들 사이에서는 단상에 올라선 학생들이 나이 든 교수 등에게도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당황해하는 분위기였다. 학생들이 외치는 함성을 덮기 위해서인지 식장 내 다수 참가자들은 2분여간 박수를 쳤다. 단상을 점거한 학생들은 40여분만인 11시30분께 퇴장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