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321억원 들여 훼손지 73%인 16만5천㎡ 복구
탐방예약제 내년 하반기 시행ㆍ입장료 징수도 추진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을 보전하고 탐방문화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탐방객 총량제와 탐방예약제가 시행된다.

하루 평균 3천400명 이상 몰려드는 탐방객의 발길에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 가능한 원형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함이다.

보전과 탐방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복안인 셈이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지정 50년 동안 자연 현상보다 탐방객의 발길로 인한 인위적인 훼손으로 한라산은 더 심한 몸살을 앓았다.

23년간 321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였지만, 아직도 복구비율은 70%에 머물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30여년 동안 '뜨거운 감자'가 돼 도민사회를 달궜지만 결국 폐기됐다.

백록담 정상 등반 코스를 현재 2개에서 5개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정상 위주의 탐방을 체험형 맞춤 탐방으로 개선한다.

◇ 세계가 인정한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의 보존 가치
1996년 10월 백록담을 중심으로 사방 90.931㎢가 천연기념물 제182호 '한라산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해발고도로는 800∼1천300m 이상 구역이다.

한라산에는 고도에 따라 난대, 온대, 한대의 기후대가 수직으로 분포한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에는 총 88과 284속 536종 11변종 3품종 등 550분류군의 관속식물이 분포한다.

이 가운데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에만 분포하는 종은 양치식물 19종, 나자식물 2종, 단자엽식물 45종, 쌍자엽식물 138종 등 204분류군이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이 북방한계선이거나 남방한계선인 종은 31과 45속 57종이다.

희귀식물은 43과 92속 116종이 있다.

한라산에 서식하는 포유류는 25종, 양서류는 9종, 파충류는 11종이다.

곤충은 20목 230과 2천595종이다.

곤충 수는 제주도 전체 곤충 26목 360과 4천361종의 59.5%를 차지한다.

한라산은 국내 생물종 4만1천483종의 17%인 7천여종, 국내 멸종위기종 246종의 17%인 43종이 서식하는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한 153.386㎢는 1970년 3월 국립공원으로도 지정됐다.

국내 22개 국립공원 중 천연보호구역으로 동시에 지정된 곳은 설악산과 홍도를 포함해 3곳뿐이다.

유네스코는 한라산의 세계적인 자원적 가치를 인정해 2002년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한 한라산국립공원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의 핵심 명소가 됐다.

◇ 백록담서 야영·취사, 탐방로 변천사
1960년대 초 이전까지 전문 산악인들이 주로 관음사코스를 이용해 등반했다.

이후 한라산 횡단도로인 516도로가 개통되자 관음사와 성판악코스가 주 등반코스로 이용됐고, 민간 산악회 등이 남성대, 석굴암 등 다양한 등반코스를 개발했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공원계획이 수립되며 탐방코스는 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등 5개 코스로 확정됐다.

1972년 또 다른 한라산 횡단도로인 1100도로가 개통되자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어리목과 영실코스가 주 탐방코스가 됐다.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일반인들 사이에 등산 붐이 일기 시작했고, 백록담과 장구목 등지에서 철쭉제가 거행됐다.

철쭉제 참가객들은 백록담 분화구 안에서 야영하며 나무를 꺾어다 밥까지 지어 먹었다.

이 같은 탐방객이 크게 늘자 백록담은 물론 가장 이용자가 가장 많은 서북벽코스가 심하게 훼손됐다.

당시 철쭉제에 참가하려는 탐방객은 5만∼6만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도는 결국 1986년 5월 윗세오름에서 서북벽을 거쳐 정상까지 가는 코스를 폐쇄했다.

백록담과 등반로 이외 국립공원 모든 지역 148.02㎢를 출입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

대신 윗세오름에서 남벽을 거쳐 정상을 가는 남벽코스를 개방했다.

그러나 남벽코스마저 1993년에는 심하게 훼손돼 통제됐다.

이듬해에는 윗세오름에서 정상까지 가는 남벽코스는 물론 서귀포 쪽에서 남벽까지 올라가는 돈네코코스에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했다.

돈내코에서 윗세오름까지 돈내코코스의 자연휴식년제는 15년 만인 2009년 12월 해제돼 재개방됐다.

2010년 10월에는 자연공원법에 따라 서북벽 탐방로 전 구간, 백록담 순환로 1.3㎞, 남벽 분기점서 정상까지 남벽 코스 0.7㎞, 탐방로와 휴게소 등 공공시설을 제외한 모든 구역을 출입제한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월드컵 기간인 2002년 5∼7월과 전국체육대회 기간인 같은 해 11월 1개월 동안 성판악과 관음사코스를 통한 백록담 탐방을 허용했다.

이후 2003년 3월에야 다시 성판악과 관음사코스가 전면 개방돼 백록담을 오를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난해 5월 관음사코스의 삼각봉 인근 암벽 일부가 붕괴하자 복구를 위해 삼각봉대피소에서 정상까지 구간이 통제됐다.

도는 내년에 백록담 남벽에서 동릉 정상까지 목재 데크를 설치해 어리목, 영실, 돈내코코스를 통해서도 정상까지 오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정상 위주의 탐방을 체험형 맞춤 탐방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 22만㎡ 넘는 훼손지 복구와 케이블카 설치 논란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이 국립공원으로 중복 지정됨에 따라 제주도는 보전과 탐방객 유치라는 상반된 길을 동시에 갈 수밖에 없었다.

탐방객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4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총 탐방객은 2천129만3천96명이다.

연간 탐방객은 해마다 증가해 2010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탐방객은 125만명으로 하루 평균 3천400명 이상 찾았다.

풍화작용 등 자연 현상에 의한 일부 지역에서의 붕괴 등이 있었지만, 탐방객에 의한 인위적인 훼손이 더욱 큰 문제가 됐다.

국토연구원은 1990년 12월 제주도에 제출한 한라산 보존계획에서 어리목과 영실코스를 5년간 폐쇄하고 복구작업을 시급히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이들 코스 주변 수목 등이 훼손되고 토사가 유실돼 자연경관이 크게 파괴됐고, 나무를 몰래 캐거나 훼손, 쓰레기 폐기 등으로 자연환경 파괴와 오염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돈내코·성판악·관음사코스는 해발 1천700m에서 서로 연결, 그 이상의 고지대에 대해서는 1개 코스만 등반을 허용하고 백록담 지역의 훼손을 막도록 했다.

5년 후부터는 안식년제를 도입해 매년 2개 코스씩 번갈아가며 차례대로 폐쇄했다 다시 사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등반객 증가에 따른 자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케이블카 설치도 제안했다.

그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라산 등반객은 총 35만4천300여명이다.

지난해 탐방객의 약 28%에 불과하지만, 이때부터 탐방객에 의한 자연 훼손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탐방객에 의한 인위적 훼손지 면적은 1993년 19만5천300㎡에서 2000년 22만5천870㎡로 늘었다.

도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321억5천만원을 투입해 훼손지 복구, 식생 복원, 탐방로 보수사업을 벌였다.

훼손지의 73% 선인 16만5천㎡에 녹화마대를 씌우고 산철쭉 800그루, 눈향나무 1천 그루, 시로미 2천 그루를 심었다.

탐방로 38.8㎞에 목재 데크를 깔고, 낙석방지망을 설치하는 등 보수를 완료했다.

케이블카 설치는 도민사회를 달군 '뜨거운 감자'가 됐다.

처음에는 제주상공회의소가 설치를 주장하더니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하겠다고 했다가 마지막엔 도가 직접 추진했다.

그러나 시민·사회·환경단체들은 강력히 반대했고,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004년 12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영실∼윗세오름 구간의 케이블카 설치 계획에 대해 사실상 불허 판단을 하자 일단락됐다.

도는 다음 해 6월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백지화했다.

1973년부터 시작돼 제주도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될 때마다 7차례나 거론되며 뜨거운 찬·반 논란으로 도민 갈등을 불러일으킨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은 30여년 만에 폐기됐다.

◇ 탐방객 총량제·입장료 징수 추진
제주도는 천연보호구역이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세계자연유산인 한라산의 자연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탐방객 총량제와 탐방예약제를 시행한다.

도 내외 전문가 25명으로 구성한 '제주 자연 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 향상을 위한 워킹그룹' 등을 통해 코스별 적정 탐방객 수를 산출하고, 탐방예약 시스템도 마련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입장료도 받는다.

입장료 징수는 1974년 시작됐으나 2006년 12월에 종료됐다.

입장료를 받아 국립공원 보호 관리에 사용했으나 당시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전국의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가 일제히 중단됐다.

자연공원법에는 '입장료를 받을 수도 있다'고 돼 있다.

도는 만약 입장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 문화재보호법을 적용해 문화재 관람료라도 받을 계획이다.

천연보호구역을 보호 관리하기 위한 재원도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늘어나는 탐방객을 어느 정도 제어하기 위해서도 입장료 징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설사 동행도 의무화한다.

해설사가 함께 산행하며 한라산의 생태 등을 설명해 세계유산으로서의 특별한 가치를 인식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적절한 탐방객 수용 능력을 유지해 한라산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려면 총량제와 사전예약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환영하며 "환경부는 현재 국립공원 입장료 무료화 정책을 펴고 있으나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보전을 위해서는 입장료 징수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