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8.3 이상 지진은 지각판 한번에 130m 움직여야
전정수 지질연 박사, 과천청사 언론 브리핑

이번 달 경주 지진의 여파로 대규모 재해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에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박사는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규모 5.8~8.3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8.3'은 연구 과정에서 나온 (실험적인) 수치인데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질연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2012년 8월까지 전국의 주요 단층을 조사했다.

이중 울산2 단층은 지층이 둘로 나뉜 뒤 수평으로 130m를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층을 이동시킨 것은 '지진'의 힘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지진으로 단층이 이 정도 거리를 움직일 수는 없다.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에도 단층은 30~50m 정도 움직이는데 그쳤다.

전 박사는 울산2 단층의 경우 수백 차례의 소규모 지진을 거쳐 130m에 달하는 거리를 조금씩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소규모의 지진은 잦았다는 의미로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시사한다.

전 박사는 "'8.3'이라는 수치는 울산2 단층의 위치가 한 번에 130m 변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값"이라며 "하지만 한반도에서 한 번에 m 단위로 지층이 변한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을 가정해 낸 값이라 이를 실제 예측치로 수용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전 박사는 단층의 위치가 한 번에 130m까지 변한다는 극단적 가정을 토대로 8.3 수치를 내놓은 이유와 관련해서는 "실제 단층이 몇 번 움직였는지 모르기 때문에 연구 과정에서 임의로 설정한 것"이라며 "연구에서는 측정한 단층의 이동 거리를 모두 1회의 지진 때문으로 간주했다"고 밝혔다.

기원서 지질연 부원장 역시 이날 한반도에서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이런 대규모의 지진은 지각판이 서로 만나는 경계에서 일어나는데, 우리나라는 판의 경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이런 지진이 일어날 수 없다"며 "한반도에서 규모 6.5 이상의 지진은 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일부 언론은 지질연이 작성한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 지도 제작'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경주·부산 원전 단지의 인접지에서 규모 5.8~8.3의 지진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안전처(옛 소방방재청)가 연구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총 20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질연은 짧은 연구 기간과 예산의 한계로 정확한 지도를 제작하지 못했다.

전 박사는 "3년 만에 정확한 지진위험 지도를 만들기는 어렵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점차 정확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