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김영란법 설명서봐도 어려워" 난감한 기업들
“회사 행사를 골프장에서 여는데 공무원이 와서 축사해도 될까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일(오는 28일)이 임박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처벌 수위는 높은데 기존 업무관행과 충돌되는 규정이 많아 적응이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대응팀’을 꾸려 기업자문에 나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들은 “기업들이 불안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른에 따르면 기업들이 가장 고충을 호소하는 대목은 공무원을 상대로 하는 대관(對官)업무다. A기업 관계자는 “기업 대표가 기업을 위해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것이 왜 제3자를 위한 청탁이어서 불법이냐”고 물어왔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자신의 일로 직접 부탁하는 것은 처벌받지 않지만 다른 사람(제3자)을 위한 부탁은 처벌 대상이다. 최재호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우리 법체계상 기업대표와 법인은 별개로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임직원이 법을 위반한 경우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 역시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다. 최 변호사는 “기업들은 김영란법 위반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감독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임직원을 상대로 김영란법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음식)-5(선물)-10(경조사비)만원’으로 대변되는 접대 기준은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B기업 관계자는 “식사를 할 때마다 가격에 신경을 써야 하니 어떻게 사람을 만나겠나. 현실을 모르는 공무원들의 탁상공론이 기업들의 민원창구를 닫아버렸다”고 하소연했다. “무기명 회원권으로 골프 접대를 한 경우도 김영란법 위반이냐”는 등 궁금증은 끝도 없더라는 것이 바른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편법이 난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기업은 김영란법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등을 통해 관련 법을 자문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이다. 바른은 “지금은 주로 전화 문의가 오지만 실제 법이 시행되면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바른의 ‘청탁금지법 대응팀’을 이끌고 있는 한명관 변호사(15기)는 “기업문화를 빨리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뒤 프랑스 법무부 부패방지국에서 특별연수를 한 한 변호사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상당한 제재가 가해지고 있어서 국내 문제가 아니다”며 “한국은 수출기업이 많은 만큼 입찰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국내법부터 준수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