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 병' 콜레라 환자, 15년 만에 국내 감염 발생
국내에서 사라졌던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로 들어온 콜레라 환자는 종종 있었지만 국내에서 감염된 환자가 나온 것은 15년 만이다. 결핵과 C형 간염 집단 감염에 이어 콜레라 환자까지 나오면서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미래로21병원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한 59세 남성 환자가 국내 감염 콜레라 환자로 확인됐다고 23일 발표했다. 2003년 이후 국내 콜레라 환자는 모두 해외에서 감염된 뒤 입국한 환자였고 국내 감염은 없었다.

이 남성은 지난 10일 설사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 1인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증상이 낫고 감염 위험도 없어 20일 퇴원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22일 환자 검체에서 콜레라균을 확인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남해 지역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오염된 어패류 등 식품을 먹거나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면 감염될 수 있다. 잠복기가 최대 5일로 길지 않고 심한 설사, 구토를 동반한 탈수 증상을 보인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콜레라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후진국병’이다. 보건당국은 사라졌던 콜레라가 다시 발생한 이유로 극심한 무더위를 꼽았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폭염 탓에 균이 창궐해 감염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며 “집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후진국병인 결핵과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삼성서울병원과 이대목동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신생아 등에게 결핵을 옮기는 감염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과 강원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 이어 서울 동작구 JS의원에서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또 터졌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을 막기 위해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콜레라 예방을 위해서는 상하수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음식을 조리할 때 위생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손을 씻을 때 손끝까지 꼼꼼히 30초 이상 씻는 등 감염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사기 재사용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등 병원 감염을 막기 위한 의료기관의 노력도 요구된다. 정 본부장은 “주사기를 갈아 끼우더라도 병에 바이러스가 있으면 옮겨 갈 수 있다”며 “의과대학이나 전공의 교육기관에서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