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도 본부 "수돗물 수질에 문제 없다"·환경학자 "소독 부산물 잔류"

수온상승으로 조류(藻類)가 활발하게 번식하면서 녹조 현상이 4대강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낙동강과 영산강, 금강 일부 수역에 '관심' 단계의 조류 경보가 발령된 데 이어 최근에는 한강 하류에서도 녹조가 발견됐다.

녹조가 확산하면서 상수원이 여러 단계를 거쳐 소독 등 정수 과정을 거치면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4대강 녹조 확산
녹조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은 영남권 1천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이달 8일 창녕함안보의 남조류 개체 수는 ㎖당 7천906개로 나타났다.

강정고령보 역시 3천738개로 증가해 조류 경보제의 하나인 관심 단계(㎖당 1천 개 이상)를 유지했다.

두 지역의 조류 경보는 이달 2일과 9일 발령된 이후 지속하고 있다.

영산강유역환경청도 이날 11일 나주 죽산보·광주 승촌보에 조류 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이달 11일 기준 죽산보의 남조류 개체 수가 ㎖당 약 1만7천 개까지 측정됐기 때문이다.

금강도 부여 백제보와 공주보를 비롯해 녹조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백제보에서는 이달 초부터 남조류가 ㎖당 1천 개 이상 발견됐고, 그 수는 최근 2만2천530개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백제보 상류에 해당하는 대청호 전역에는 이달 3일 올해 첫 조류 경보가 발령됐다.

남조류 개체 수는 적지만 이달 중순 들어 한강 하류에서도 녹조 띠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 식수로 사용해도 문제없나
조류는 수돗물 원수를 끌어들이는 취수원 주변에서 더욱 높게 나타났다.

부산지역 상수원인 물금취수장의 남조류 개체 수는 지난달 평균 ㎖당 974개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평균 1만283개로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새 10배나 증가한 것이다.

수온상승에다 상류 보의 펄스 방류로 낙동강 취수원 주변의 조류 발생과 유입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지자체마다 수돗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낙동강 유역 내 취수장과 정수장은 취수구에 조류 유입을 막으려고 차단막을 설치하고 수중에는 기폭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취수구 쪽에 물을 뿌리는 살수시설까지 동원하고 있다.

또 미세물질을 더 걸러낼 수 있는 오존 처리와 활성탄 여과를 정수과정에 추가했다.

녹조 발생이 정수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평상시에도 낙동강의 원수 자체가 나빠 고도처리까지 해야 하는데 남조류가 확산하는 여름에는 소독약품과 응집약품 투입량을 더 늘려야만 한다.

녹조생물에서는 간질환을 유발하는 독소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LR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정수과정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하루에 22만~23만t의 낙동강물을 정수해 경남지역에 생활용수 공급하는 칠서정수장 관계자는 "낙동강 원수에 들어있던 녹조 발생 생물인 클로로필-a, 지오스민, 2-MIB 등이 정수과정을 거치면 전혀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하로 나온다"고 말했다.

부산상수도본부 측도 "정수처리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유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공정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고 있어 현재로써는 수돗물 수질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학처리를 하는 과정에서는 총트리할로메탄(THMs)을 포함한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조류를 없애려 소독·응집약품을 더 많이 투입할수록 정수된 물에 소독 부산물이 더 많이 잔류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수처리로는 더는 낙동강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

보 수문을 열어 방류량을 늘리고 유속을 빠르게 해 낙동강에 조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어민 생계 위협하고 산업단지까지 악영향
남조류 확산으로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생계도 위협을 받고 있다.

한희섭 한국어촌사랑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120만원을 들여 어민들과 함께 고기잡이를 했는데 잡히는 것은 2만원어치에 불과했다.

며칠 전에도 낙동강 하굿둑에서 창녕 함안보까지 나가봤는데 잉어 2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외래어종을 제외하면 씨가 마르다시피 해 어민이 낙동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남조류 확산은 산업단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낙동강 물은 울산 국가산업단지 내 300여 기업체에 공업용수로 공급되는데 이물질 때문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낙동강 물을 끌어다가 한 번 정수 처리한 물을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는 "남조류 때문에 정수처리 과정의 응집제 사용량을 이전보다 20% 정도 늘렸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p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