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인천 주안동에 있는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밝은 표정으로 학생들과 얘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인천 주안동에 있는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해 밝은 표정으로 학생들과 얘기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실제 회사에서 쓰는 기계장비로 3차원(3D) 입체가공 실습을 하면서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금형 분야 명장이 돼 회사를 경영하고 싶습니다.”(유덕환 인천기계공고 3학년)

“일학습병행제로 키운 고등학교 출신 근로자들이 4년제 대학 출신들보다 업무능력이 훨씬 뛰어납니다. 대졸자 채용을 줄이고 이들을 더 뽑을 생각입니다.”(이정근 솔트웨어 대표)

지난해부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기계공고 정밀기계과 학생들은 1주일에 사흘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이틀은 기업현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이들의 신분은 학생인 동시에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다.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물론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도 받는다.
"진학 대신 기술명장에 도전"…고졸 '신산업 전사' 7천여명 키운다
도제학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일학습병행제의 고교 단계 프로그램이다. 독일·스위스의 중등단계 직업교육 방식(듀얼시스템)을 국내 사정에 맞게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월 스위스 베른상공업직업학교를 다녀온 이후 도입됐다. 도제학교로 선정된 고교 2~3학년생들은 졸업 때까지 1~2년간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한 수업과 기술교육을 받는다. 2학년 1학기에 훈련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해당 기업에 채용돼 기술 훈련을 받은 뒤 졸업 후에도 계속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국내에 있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60곳으로 공업분야 특성화고 학생 2674명이 830여개 기업에서 훈련받고 있다.

인천기계공고는 정밀기계과 2, 3학년생 110명이 도제 프로그램에 들어와 있다. 기업현장 기술 교육은 평균 25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기업체 현장교사들이 맡고 있다. 곽규동 천일엔지니어링 현장교사는 “예전에는 선배들 어깨너머로 어렵게 기술을 배웠다”며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배우고 있는 후배들은 더 훌륭한 기술인으로 커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인천기계공고 심현호 학생의 어머니 권기옥 씨는 “아이가 도제 프로그램에 참여해 회사를 다니겠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많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에 도제학교를 200여곳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조기 진입하도록 유도하면 대학 진학률이 낮아지고 중소기업 인력난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성화고 중심인 도제학교 대상도 정보기술(IT)·서비스 등 비공업계 전반으로 확대한다. 1.5~2년인 운영 기간을 최대 2.5년으로 늘려 고교 1학년 때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술 분야도 기존 금형·금속 등 뿌리산업 중심에서 사물인터넷·3D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로 넓어진다.

제도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제화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도제교육 과정의 편성 및 운영, 학습근로자 보호, 교육훈련 이수 후 자격 취득 근거 등을 규정하기 위해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신기술 분야에 대해서는 학생 수나 참여기업 조건 등을 산업환경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며 “교육훈련의 질과 직결되는 교원, 현장교사들에 대해서도 주기적인 연수와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21일까지 신청을 받아 도제학교로 선정된 사업단(기업+학교)에 총 6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에는 시설 기자재 구입비와 인건비·교원연수비 등이 지원된다. 훈련을 맡은 기업에는 학생근로자 1명당 월 40만원의 훈련 지원금과 현장교사 수당(연간 최대 1600만원), 프로그램 개발비(최대 890만원) 등을 지급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