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임성우 변호사 "박태환 사태 교훈 삼아 스포츠 중재산업 발전해야"
지구 반대편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박태환 선수의 금빛 레이스 소식을 기다린 국민들은 박 선수의 부진에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복잡한 심정으로 박 선수의 경기를 지켜본 이가 있었다. 임성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사진)다.

국내 유일의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 상임위원이기도 한 임 변호사는 16일 “올림픽 출전이 최종 결정 난 뒤 박 선수가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을 때 변호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뿌듯했다”며 “박 선수의 그간 마음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힘들게 나간 대회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랐는데 개인적으로도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복잡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선수를 구제하는 일은 다방면에 걸쳐 산적해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임 변호사는 “로펌 차원의 팀플레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이끌어낸 국내소송팀, 국제중재 판정을 담당한 국제분쟁팀, 부정적이기만 하던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언론대응팀의 3박자가 맞았기 때문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와 대한체육회로부터 리우올림픽 출전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법률적인 시각에서만 보자면 이번 사건은 선수의 기본적인 인권과 법치주의를 지켜낸 데 의미가 있다”며 “선수가 당당히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세력과 지위가 아니라 법 원칙에 따라 처리한 선례를 만든 것은 박태환 선수라는 ‘빅 아이콘’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태환 선수 사태는 대한체육회가 국제 기준을 간과하고 무시해서 생긴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스포츠계가 법과 시스템에 의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메커니즘을 갖추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에서 중재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을 통해 선수들이 큰 대회를 앞두고 쓸데없는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법무부는 중재산업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법률 제정안을 내놨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중재가 최적의 해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대한상사중재원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이번 일을 통해 국민들이 CAS에 대해 알게 되는 등 중재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높아졌다”며 “박 선수의 성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중재산업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모멘텀을 잃어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