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 박모 대표, 남상태 '연임로비 창구' 의심…마당발 인맥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남상태(66·구속기소)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그의 '로비 창구'로 지목된 홍보대행사 N사 대표 박모씨의 존재와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9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 수년간 대기업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나 금융·산업 분야 대형 송사에 관여하며 두각을 나타낸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조현문 전 효성그룹 사장이 2013년께 그룹을 뛰쳐나와 친형인 조현준 사장 등을 상대로 고소·고발전을 벌일 때 그의 편에서 언론 홍보를 담당했다.

조 전 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의 등기임원 자리에 박 대표를 앉힐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고 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조 전 사장의 법률 자문을 맡은 것도 박 대표의 소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작년 롯데그룹 형제의 난 과정에서도 알게 모르게 재계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가 데리고 있던 직원이 독립한 뒤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신동주 회장 측 홍보대행을 맡으면서다.

박 대표의 존재가 당시 분쟁의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배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설이 나돌았다.

박 대표와 '절친'으로 알려진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민 전 행장의 경기고 동창인 김수창 변호사 등이 신동주 회장 편에서 활동하는 점과 맞물려 이런 설은 재계 안팎에서 꽤 설득력 있게 회자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계열사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촉발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차남 강문석 사장 간 다툼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외환은행과 분쟁에 휩싸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삼성물산과 지분 다툼을 벌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홍보업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론스타나 엘리엇이 능력을 검증받은 대형 외국계 홍보대행사를 제쳐놓고 박 대표의 N사를 대언론 창구로 낙점한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박 대표가 이처럼 굵직굵직한 사업을 따내는데 각계에 뻗친 그의 탄탄한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정·관계는 물론 금융계, 재계, 법조계, 언론계 등에 마당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홍보업무를 맡은 것을 인연으로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도 교류가 꽤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도 남 전 사장이 박 대표의 이러한 인맥을 연임 로비에 활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남 전 사장이 2009년부터 3년간 업계에서 드물게 20억원이 넘는 대형 일감을 박 대표에게 준 것도 당시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쥔 민유성 행장,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들과 박 대표의 친분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대상은 남 전 사장의 배임, 그리고 박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라고 말했다.

알선수재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해주는 명목으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할 때 적용된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