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명 정원에 1천156명 치료, 7년째 초과 상태…의료진·시설은 태부족
16.4% 3년내 재입소, 강력범죄 8년새 140%↑…"양질의 치료 안되면 재범위험↑"

황모(50)씨는 20여 년 전 처음으로 조울증 진단을 받고 이후 정신질환으로 10여 차례 입원치료와 외래진료를 받았다.

그러던 1997년 7월 별다른 이유 없이 모르는 사람을 살해해 3년 간 치료감호를 받고 출소했다.

황씨는 그러나 2014년 8월 가정불화 등을 이유로 부산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들(14)과 아내를 상대로 또 살인을 저질러 지난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범행 이후 마주친 아파트 경비원을 마구 때리고 윗옷을 벗은 채로 소리를 지르며 주택가를 돌아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힌 뒤 "신이 있는지 모르겠다, 불안하다, 우주가 고통이다"라며 횡설수설했다.

'강남 화장실 살인', '수락산 살인' 등 정신질환자 범죄가 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수는 2006년 4천889명에서 2014년 5천989명으로 8년새 22.4%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대부분 치료감호가 필요한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는 287명에서 690명으로 140.4% 급증했다.

그러나 이들의 재범을 막기 위한 치료감호시설은 제 역할을 기대 못 할 만큼 열악하다.

사회적 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16일 법무부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실에 따르면 사실상 유일한 치료감호 시설인 국립법무병원(공주치료감호소)의 정원은 850명. 그러나 지난달 기준으로 1천156명이 수용돼 36%나 초과 상태다.

수용 인원은 2010년 918명으로 처음 정원을 초과한 이후 올해까지 7년째 정원을 훌쩍 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려 1천212명을 수용하기도 했다.

법원은 1심 기준 2013년 294명, 2014년 223명, 지난해 190명 등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치료감호 명령을 내렸다.

해마다 200명 안팎이 새로이 법무병원에 들어가 치료감호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나마 법무병원 출소자 수 역시 매년 이와 비슷해 급격히 늘지는 않지만 '초과 상황'이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반면, 이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직원은 부족하다.

정원 391명에 32명 부족한 359명이 근무하고 있다.

결원 가운데 간호·간호조무·의무·전문경력(의사) 직종이 각각 14명·8명·4명·3명 등 29명으로 전체의 90%를 차지, 의료진 부족이 특히 심각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법무병원을 방문 조사해보니 의사 12명(정원 17명)이 1명당 100여 명의 입소자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보건법 시행규칙은 의사 1명당 60명의 입원환자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신보건법은 '정신의료기관의 1실 정원은 입원환자 10인 이하로 하고 2인 이상 입원실의 바닥면적은 1인당 3.3㎡ 이상 확보해야 하며 강당형 병동은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무병원은 1호 환자(심신장애자) 761명을 면적 216㎡, 정원 50명인 강당형 병동 10곳에 수용하고 있다.

더욱이 적게는 56명에서 많게는 84명까지 수용하는 등 병동 10곳 모두 정원이 넘어서 있다.

1인당 바닥 면적은 2.8㎡도 안된다.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동시에 격리 수용하는 법무병원 특성상 일반 정신의료기관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도소의 수형자 1인당 수용 면적은 2003년 2.48㎡, 2006년 2.58㎡, 2013년 이후부터는 3.4㎡로 확대됐다.

정신 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처럼 과밀한 수용시설로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가인권위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4월 법무부 장관에게 법무병원의 실태 개선을 권고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같은 달 법무병원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라며 4년 간 유효한 일반 인증이 아닌 유효기간 1년의 조건부 인증했다.

인증원은 의료기관의 환자진료 체계, 지원 체계 등을 평가한다.

전국 142곳의 정신병원 가운데 조건부 인증을 받은 곳은 법무병원을 포함해 단 3곳에 그쳤다.

그 만큼 열악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에서는 치료감호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황씨 사례처럼 이들이 출소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법무병원의 출소 이후 3년 이내 재입소자는 2010년 56명, 2011년 50명, 2012년 57명, 2013년 44명, 2014년 30명, 2015년 36명이다.

해당연도 출소자의 각각 19.5%, 17.9%, 19.8%, 16.4%, 10.5%, 14.6%로 최근 6년 간 평균 16.4%의 출소자가 3년 안에 재입소했다.

정신질환 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사회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현재 법무병원에도 살인을 저지른 정신질환자가 342명으로 가장 많고 성폭력이 266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양질의 치료를 받지 못한 입소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했을 때 여전히 위험인자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는 "정신질환은 치료를 제대로 안 하거나 도중에 중단하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치료감호 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고 퇴소 이후 민간시설 등과 연계해 재발 여부 등을 꾸준히 관찰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은 "치료감호 수용 인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무병원의 과밀수용, 의료진 부족 문제가 지속되면 피치료감호자에 대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며 "실태 개선을 위해 하루빨리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5년 간 치료감호소 수용인원이 32% 증가해 여러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올해부터 50인실 대형 병실을 10인 이하로 소규모화하는 등 과밀수용 해소와 의료진 확보를 통한 치료환경 개선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치료감호법에 따르면 심신장애 상태나 알코올 등의 약물중독 상태에서 범행해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에 대해 검사가 청구하면 법원은 치료감호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치료감호와 형이 함께 선고된 경우 치료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이 경우 치료감호 기간은 형 집행 기간에 포함된다.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