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대리] 카드사 다니는 뮤지컬배우…"공연은 일의 연장선"
많은 직장인이 ‘회사 밖의 또 다른 삶’을 꿈꾸지만 실천하진 못한다. 핑계는 다양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부터 체력이나 돈, 의지가 부족하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보란 듯이 회사 안팎으로 두 가지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비씨카드 마케팅팀과 뮤지컬 무대 두 곳에서 활약하는 ‘무대 위의 마케터’ 박민수 대리(34·사진)다.

청년 시절 박 대리의 꿈은 이름난 ‘춤꾼’이 되는 것이었다. 건국대 경영학과에 다니면서도 춤과 연극을 공연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갔다. 서울의 라이브클럽 백댄서에서부터 일본의 퓨전연극 무대 연기자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나 춤추는 걸 업으로 삼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컸다. 평소 마케팅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비씨카드에 입사했다.

입사 2년 차부터 문화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예술콘텐츠와 마케팅을 결합한 문화마케팅은 그가 가장 원하던 업무였다. 카드사에 입사했다는 이유로 무대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박 대리는 2009년부터 아마추어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춤과 연기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2013년 600석 규모 성수아트홀에서 열린 ‘페임(fame)’을 공연했고, 2014년에는 비슷한 규모의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에서 열린 ‘형제는 용감했다’에도 출연했다.

박 대리는 자신이 접한 각종 문화활동을 마케팅 업무에 접목하고 있다. 비씨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연 뮤지컬 ‘레미제라블’ 관람행사 전 플래시몹 쇼를 열어 고객 만족도를 높인 아이디어도 그의 뮤지컬 경험이 없었다면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뮤지컬 ‘킹키부츠’를 활용한 쇼케이스 행사, 걸그룹 AOA(에이오에이)와 함께한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에 대한 무대 위의 고찰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그는 “마케터와 뮤지컬배우란 두 역할은 도움을 주는 관계”라며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될 때까지도 계속해서 일과 공연을 하면서 지금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