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2007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신공항 후보지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곳은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다. 이후 2011년 국토해양부는 환경 문제와 자원의 과잉 투입을 우려해 백지화를 발표했고 지난달 21일,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주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김해공항 확장을 발표하면서 동남권 신공항은 백지화됐다. 밀양과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각각 약 9조8000억원, 약 10조3000억원의 건설비가 들지만,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약 4조39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도 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김해공항에 철도와 도로망을 구축해 접근성을 높이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났다.

'비용 대비 효과' 중시하는 SOC 입지 선정…'공익 가치'가 핵심
이런 입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주로 사용하는 기법으로 ‘B/C 기법’이 있다. B는 수익(benefit), C는 비용(cost)의 머리글자다. 비용 대비 수익을 본다는 것인데, 예상 비용을 아래에 두고 예상 수익을 계산해 1 이상이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기법이다. 경제적 타당성은 수익이 비슷하다면 비용이 적은 쪽을 선택하는 것을 말하는데, 밀양은 많은 산을 깎아야 하고 소음 문제도 있었으며 부산과 직결된 도로가 없다는 점 등이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가덕도는 밀양에 비해 거리상으로 경북 포항·경주, 경남 창원 등 다른 도시로의 접근성이 낮다는 점, K-1 공군기지와 비행 방향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점, 인프라 구축 문제 등이 비용을 높이는 근거가 됐다. 2009년 국토연구원 용역 결과 B/C 분석에서 밀양과 가덕도 모두 0.7 정도의 사업성을 보였다.

하지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근거로서 낮은 B/C 비율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 국가 기간시설은 사업성이 낮아도 균형발전 등의 지역 사회적인 이유로 건설을 강행할 수 있다. 과거 호남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는 B/C 비율이 0.39밖에 안 됐다.

또 다른 입지 의사결정 방법론으로는 ‘선형계획법’을 들 수 있다. 공장, 항만, 공항과 같은 인프라 시설의 입지 선정과 관련된 연구는 오래전부터 선형계획법을 비롯해 B/C 분석, AHP(Analytic Hierarchy Process·계층분석법)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왔다.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조건을 만족하고 효용을 극대화해야 하는 입지 선정 문제의 경우 많은 연구자들이 선형계획법으로 계량화된 모형과 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선형계획법은 크게 목적함수와 제약조건식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목적함수는 의사결정자가 최적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사결정 변수를 설명하는 함수로서 문제의 특성에 따라 최소화 또는 최대화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제약조건식은 목적함수가 최적의 결과를 달성하는 데 제약이 되는 모든 조건 및 변수의 관계를 설명하는 함수를 말하며, 입지 선정 문제의 경우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건은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경영학에서의 최적화 문제는 일반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매출(또는 산출물, 결과물, 효용)을 최대화하는 문제로 정의되며 입지 선정 문제 또한 이와 비슷하다. 공장, 공항, 항만, 철도 등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가장 적게 소요되는 입지 또는 가장 많은 수요, 화물량, 생산량 또는 매출을 달성하기 용이한 입지를 선택할 수 있다.

2010년 동남권 신공항 개발 관련 논쟁이 불거졌을 당시 조사된 건설 비용은 가덕도 9조8000억원, 밀양 10조3000억원이었다(선형계획법에 의한 결과는 아니다). 비용만 고려하면 가덕도가 최적의 입지라고 할 수도 있으나 B/C 분석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절대적인 답이 될 수는 없다. 선형계획법은 복잡한 문제에 대한 최적의 해를 제시할 수 있는 수학적 모형이기 때문에 정치, 환경, 지역균형 등 현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모두 반영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선형계획법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최대한 다양하고 실제와 가깝게 설정해야 한다. 실제 연구에서는 수만 개의 변수와 수천 개의 제약식이 동원된다. 입지 선정 문제에서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는 ‘접근성’을 꼽을 수 있다. 역, 공항, 항만 같은 인프라 시설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가까울수록 그 효과가 가중된다. 이외에도 인접 주거단지의 소음문제, 입지의 토목공학적 문제, 항공여객뿐만 아니라 항공화물에 대한 고려 사항, 실질 수요 예측 등 다양한 제약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정량적 제약 외에도 정치적 대립, 지역 간 갈등 같이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성적 제약 또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량적인 해를 제시할 수 있는 선형계획법은 현실 문제에 적용하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좀 더 쉽게 의사결정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AHP기법이 있다. 이 기법을 이용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 관련 연구로는 《AHP기법을 이용한 공항 입지 선정 연구》(송경일, 2004)가 있다. 송경일 씨는 AHP기법의 장점으로 ‘의사결정 요소들의 속성과 측정 척도가 다양한 의사결정 문제에 효과적으로 적용돼 정책결정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체계적으로 순위화하고 그 가중치를 비율 척도로 도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을 꼽았는데 위치·지형·사회·경제적 요인을 고려한 결과 가덕도, 수영만영도, 밀양, 거제 등 4개 후보 중 수영만영도 지역이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를 도출했다. 이 또한 이론적인 모형에 기반한 결과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입지 선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은 늘 첨예하게 대립하고,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기 때문에 판단 기준을 세우는 것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항과 같은 국가 기간시설이 들어설 입지를 선택하는 데에는 지리적·지형적 조건은 물론 정치, 환경, 사회적 요소가 다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그 문제가 매우 복잡하다. 어떤 방법론을 이용해 분석하느냐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문제일수록 공익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AHP에 대하여

'비용 대비 효과' 중시하는 SOC 입지 선정…'공익 가치'가 핵심
계층분석법(AHP)은 토머스 사티 교수가 고안한 모델이다.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의사 결정자가 참여하는 다기준(multiple-criteria) 의사결정 문제를 분석할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보자. 갑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이직을 원하는 회사는 세 곳(A, B, C)이고 각각 장단점이 있다. 업무적합도가 높은 회사는 급여가 낮거나 근무지가 멀리 떨어져 있고, 반대로 급여가 높은 회사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는 식이어서 어느 대안이 최적인지 선택하기 어렵고 복잡해진다. AHP는 이를 1 대 1 쌍대비교로 단순화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우선 적성과 급여수준, 급여수준과 근무지, 적성과 근무지 이렇게 비교해 상대적 가중치를 결정한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적성이 급여보다 다섯 배 정도 중요하고 급여는 근무지보다 두 배 정도 중요하다. 이를 매트릭스(matrix)로 표현하면 오른쪽에 있는 표와 같아진다.

그 후 각 기준에 대해 선택 대안끼리(A-B, B-C, A-C) 비교한 뒤 앞서 구한 기준별 가중치에 따라 이를 합산해 최종 점수를 도출한다. 최종 결과표에 따르면 C사를 선택하는 것이 최대 효용을 줄 수 있는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김수욱 < 서울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