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살인범 김학봉(61)씨에 대해 검찰이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한 경찰과는 달리 "강도의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짓고 구속 기소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최용훈 부장검사)는 살인 및 절도미수 혐의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대검 과학수사부가 과학수사기법을 적용해 김씨의 심리를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와 김씨의 주변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사건이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김씨가 처음 만난 피해자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범행이라고 결론지었다.

피해자의 손바닥에 방어흔이 전혀 없고 김씨가 위협을 가한 흔적 없이 흉기로 목과 배 등 가장 치명적인 신체 부위를 11차례 찔러 즉사시킨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강도살인죄로 15년을 복역하고 올해 1월 출소한 김씨가 가족과 소원하고 건강이 좋지 않아 직업을 구하지 못한 데 더해 생활보장 등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움이 이어지자 누구든 두명을 죽이고 자신도 삶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것이 범행 동기라고 봤다.

자수 경위도 "애초 두명을 죽이려 했으나 범행 후 더 이상의 살인이 힘들게 느껴지고, 사람을 죽여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데다가 자살도 어렵다고 생각해 자수했다"고 김씨가 진술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시신의 의복을 만져 본 행위에는 절도 미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출소한 지 4개월뿐이 안 된 피고인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극악한 죄질의 범행"이라며 "기소 후에도 피고인의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씨를 수사한 경찰은 김씨에 대한 구속 영장은 살인 혐의로 신청했으나 수사하면서 김씨가 금품을 뺏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 혐의를 강도살인죄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김씨가 "피해자의 몸을 뒤졌고, 밥이라도 사먹으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으나, 김씨는 검찰에서 "피해자의 재물을 빼앗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니다"며 이를 번복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묻지마 살인'이라는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강도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사회 의견이 분분하나 아무런 원한이 없는 사람이 별다른 목적 없이 범죄 대상이 되는 것이 '묻지마 범죄'라고 한다면 이번 범행은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kamj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