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병원 상대 개별 위자료 청구는 기각

치매 어머니를 방치한 아들들에게 위자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제주지법 민사 2단독 이승훈 판사는 어머니가 병상에서 떨어진 뒤 합병증으로 숨져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들 A씨 등 4형제가 병원에 각각 위자료 750만원씩을 달라고 한 요구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치매로 제주의료원에 입원한 어머니 B씨가 2010년 2월 12일 침상에서 떨어진 뒤 합병증을 앓다 2013년 11월 숨지자 의료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개인별 위자료도 청구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어머니를 의료원에 입원시킨 건 원고들이 아니라 노인보호기관이었고, 어머니가 당시 입은 옷은 세탁한 지 오래됐으며 머리와 몸도 제대로 씻겨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지적하며 "어머니를 방치한 유족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 형제가 어머니 사망 직후 손해사정사에 의뢰해 손해배상금을 평가하도록 한 경위가 석연치 않고, 숨지기 전까지 어머니를 보살피려는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이 판사는 위자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 판사는 "의료원은 B씨가 침대에서 떨어져 합병증으로 숨진 데 대한 책임이 일부 있다"며 병원 측이 손해배상금 1천501만원과 위자료 5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이 판사는 A씨에게 손해배상금과 어머니에게 지급된 위로금 500만원 중 4분의 1인 125만원을 갖고, 나머지 형제들에게 남은 위로금에서 각자 125만원씩 나눠 가지라고 명했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ji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