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vs 가덕도'…다음 주 중 용역 결과 공개
지역 갈등 넘어 정치권 분열까지 엄청난 '후폭풍' 우려


'밀양 대 가덕' 구도로 10여 년째 갈등이 이어진 신공항 입지 선정 발표가 임박하면서 영남권과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이미 두 동강 난 영남권 내부의 지역 갈등을 넘어 정치권 신경전으로 이어지는 등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이달 24일 이전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ADPi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한 항공 운영·주변 개발·대기 조건·연계 교통·건설 비용·환경 영향 등 9개 입지 선정 기준과 국내외 공항 건설 사례 등을 고려해 30여개 세부적인 평가 기준과 가중치(배점) 등을 정한 뒤 막바지 심사를 벌이고 있다.

국토부와 ADPi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언론을 포함한 외부인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일부 용역 과정에 참가한 전문가들에게는 관련 내용을 비밀에 부칠 것을 요구하는 '보안 각서'까지 받았다.

국토부는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최종 입지를 무조건 선정해 발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 발표를 미루거나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26일 열리는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식에 대통령특사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의 출국 일정 등을 고려하면 신공항 발표 시기는 24일이 포함된 주 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김해공항의 대안 필요성 제기된 1992년 부산시 도시기본계획이 출발점이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정부가 공식적인 검토에 착수했고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이후 용역 과정에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후보지가 압축됐으나 2011년 정부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계획 자체를 백지화했다.

당시 극심한 지역 갈등과 정치권 입김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듬해인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다시 꺼냈다.

재검토에 나선 정부는 김해공항의 용량 포화가 예상된다며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 내리고 작년 6월 ADPi에 입지 선정 용역을 발주했다.

영남권은 일찍부터 편을 갈라 밀양과 가덕도를 각각 지지하고 나섰다.

대구·경북, 경남, 울산은 우수한 접근성, 경제성 등을 내세워 밀양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부산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필요시 확장도 할 수 있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워 김해공항과 함께 운영하는 편이 낫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신공항 건설이 재추진되던 초기에 5개 지방자치단체장은 용역 과정에서 과도한 유치 경쟁을 자제하고 ADPi가 내놓을 용역 결과를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또다시 계획 자체가 무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무참히 깨졌다.

양측은 서로 우위를 주장하며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상대 후보지를 깎아내리고 용역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지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치권 개입은 논란의 불씨를 더 키우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부산과 나머지 4개 시·도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표심 '텃밭'이 쪼개질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새누리당 부산 의원들은 신공항 입지가 밀양으로 결정되면 불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은 공정하게 심사하는 정부에 '압력 행사'를 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가덕도를 방문해 우회적인 지지 입장을 드러낸 반면 김부겸 의원은 일관되게 밀양 유치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역시 갈등이 확산할 조짐이다.

이런 정치권의 개입을 두고 신공항 입지 선정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왜곡하고 민심 이반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인 만큼 지역 이기주의나 선심성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경제적 논리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치적 논리에 함몰돼 경제적 논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등 부지 선정 이후 절차도 정치적인 영향 없이 오로지 경제적인 분석이 되도록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