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타자와 알파 '실종'에 담긴 공통점
투자자에게 ‘알파(α)’라는 단어만큼 매력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알파는 시장평균수익률 혹은 벤치마크 지수를 웃도는 추가 수익률을 뜻한다. 일정 기간 시장의 모든 자산 가격이 평균적으로 1% 올랐다면 해당 기간에 5%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4%포인트만큼의 ‘알파’를 챙긴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알파의 씨가 말랐다. 알파를 추구한다며 비싼 수수료를 받아 챙긴 헤지펀드업계에서부터 ‘악’ 소리가 나고 있다. 지난해 BNY멜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리마크가 400명의 투자자에게 헤지펀드 투자 기대수익률을 물었을 때 응답자들은 평균 9%를 희망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유레카헤지펀드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만여개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56%에 불과했다.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벤치마크 지표로 자주 쓰이는 MSCI세계지수가 -0.48%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것도 선방이랄 수는 있지만, 수수료와 리스크를 고려하면 별로 매력이 없다.

4할타자와 알파 '실종'에 담긴 공통점
헤지펀드가 돈값을 못한다는 비판이 최근 크게 늘었다. 미국 S&P500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컸던 2009년 3월6일 683.38에서 2115.57(지난 9일 종가)까지 세 배로 뛰어올랐다. 지수만 추종했어도 세 배로 돈을 불렸다. 반면 이 기간 헤지펀드에 돈을 넣었다면 그 절반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수수료는 15배(2015년 헤지펀드 평균 수수료는 투자자산의 1.7%)까지 지급했을 것이며, 그렇게 난 수익의 15~20%를 헤지펀드에 또 떼어 줬어야 했을 것이다. 도무지 남는 장사가 아니다. 주요 연기금이 잇달아 헤지펀드 투자를 중단한 것도 계산속이 안 맞아서다.

옛날엔 헤지펀드 투자 수익률이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안 될까. 저금리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론 경쟁 탓이다. 짐 차노스 카이니코스어소시에이츠 회장은 “30년 전에는 헤지펀드 수가 100개 정도뿐이었고 이들 중 대부분이 시장평균 대비 추가 수익률을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헤지펀드가 1만여개에 이르고 추가 수익을 내는 곳은 여전히 10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뒤집어 보면 헤지펀드 투자자의 99%는 (비싼 수수료를 내고) 기대한 알파를 누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배리 리톨츠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이 과정은 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저서 《풀하우스》에서 진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써먹은 비유인 ‘4할 타자의 실종 과정’과 비슷하다.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으로 4할 타율을 기록한 사람은 1941년 테드 윌리엄스다. 그리고 75년간 4할 타자는 없었다. ‘타자들이 예전만 못하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은 선수들의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돼서 투·타 실력차에 따른 4할(40%)이라는 편차가 안 나오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점점 더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헤지펀드업계에 진입하고 이들이 유사 전략을 쓴다면 알파를 내는 헤지펀드 비중은 앞으로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올라갈 수 없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다. 물론 누군가는 돈을 벌 것이다. 그러나 모든 투자수익률은 (이론상) 시장 평균에 수렴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러니 누가 ‘대박 투자처’가 있다고 꾀거든 기대가 어긋날 가능성부터 잘 따져 보시라.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