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혐오 확산·인권침해 우려돼"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최근 서울 강남에서 일어난 '화장실 살인사건'의 대책으로 경찰이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입원시켜 치료하는 '행정입원' 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31일 우려의 뜻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경찰의 대책 발표 후 상당수 국민이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존재, 격리의 대상으로 예단해 이들을 향한 편견과 선입견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사건 발생 후 온라인에서는 정신장애인의 비하를 조장하는 혐오 표현이 확산하고, 여성혐오 논란 등 그 범위와 대상이 확대하면서 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강남 살인사건 발생 당시 논란이 된 여성 혐오 현상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위원장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가 발생해 여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특정 성(性)과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참혹한 사건의 원인과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에 논의의 초점이 모여야 하지만 이런 논의가 특정 성을 혐오하거나 정신장애인을 향한 편견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논란을 주제로 '혐오 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여성 혐오 문제를 비롯해 이주민·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실태와 국민 의식을 조사해 정책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