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경비만 챙기고 항공권·숙소 펑크…학부모들 자비 출국한 뒤 사기 혐의 고소

해외에서 열린 국제 합창대회에 출전했던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 초·중학생 합창단 학부모들이 비행기 표 값 등 대회 참가 경비 2억4천500만원을 떼어먹었다며 서울 모 여행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0일 천주교 청주교구에 따르면 이 교구 소속 초·중 학생 합창단은 지난달 8일부터 이틀간 스페인 알리칸테 주에서 열린 22년 전통의 하바네라 국제 청소년 합창대회에 참가, 우승했다.

43명의 합창단원들이 5개월 전부터 밤을 새우다시피 연습에 몰두해 이룬 값진 결실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예선을 거쳐 출전한 9개 팀을 제치고 우승을 일궜지만, 학부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경비만 챙기고 항공권과 숙식처를 펑크 낸 여행사 때문이었다.

합창단원들과 학부모 69명은 부푼 꿈을 안고 스페인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지난달 4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그러나 대회 참가와 여행의 설렘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숙박비와 교통비, 비행기 표 값으로 1인당 350만원씩 총 2억4천500만원을 서울의 한 여행사에 입금했지만, 여행사 측이 아무 것도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가 부랴부랴 경비를 마련, 가까스로 비행기 표를 구해 다음 날 스페인으로 향했지만, 급하게 구한 현지 숙박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1층에는 성인들이 드나드는 술집이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8층 숙소까지 짐가방을 들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했다.

귀국한 뒤 학부모들이 여행사 대표에게 항의했지만, 여행사 측은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 계약서와 영수증 등 증거 서류를 갖춰 지난달 20일 여행사 대표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vodca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