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등 주차 공간 부족…"수학여행 버스는 서울역으로"

27일 오후 서울 도심 대형 면세점 앞. 중국인 관광객을 가득 태운 관광버스 3대가 차례로 길가에 섰다.

문이 열리고 관광객들이 줄지어 내리자, 관광버스 1대가 자리를 떴다.

하지만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관광버스가 빈자리를 채웠다.

100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버스 3∼4대가 쉴 틈 없이 드나드는 통에 도로 한 차선은 사실상 일반 차량 통행이 불가능했다.

30일 서울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는 면세점 등 주요 관광지를 찾는 버스 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A 면세점에는 대형 버스 주차 공간이 15면에 불과하다.

하루 60∼70대의 버스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치다.

A 면세점 관계자는 "주차 요원 8명을 배치해 길가에 최대한 빨리 회차토록 하고 있다"며 "건물 구조상 새로운 부지를 구해 주차장을 확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B 면세점도 버스 주차 공간은 9면에 불과하지만, 하루 오가는 관광버스는 150∼180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차장이 부족해 혼잡을 빚는다는 이유로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면세점들이 속속 개장해 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는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7곳에 공문을 보내 ▲ 면세점 자체 확보 주차장으로 관광버스 안내 ▲ 인근 공영주차장으로 안내하고 이동 조치 ▲ 공영주차장 이용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제공 등을 당부했다.

시는 "면세점 주변 불법 주·정차로 교통 소통이 저해되고 안전 문제가 빚어져 시민 불편이 일어나고 있다"며 "관광버스 주차 질서 정립에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

시 관계자는 "관세청 등 관련 부처에 면세점 신설 시 일정량의 주차 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하게 하도록 계속 건의하는 중"이라며 "시 차원에서도 교통영향평가 심의에서 주차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뿐 아니라 다른 시내 주요 관광지도 남산한옥마을 4면, 남대문시장 4면, 탑골공원 4면, 청와대 11면 등 외국인 관광객 수와 비교하면 버스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복궁 같은 경우 버스 주차 공간이 50면에 이르지만, 워낙 인기 관광지인 탓에 오전 10시면 만차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급기야 최근 "상대적으로 방문 시간이 긴 중·고등학교 수학여행객은 경복궁 방문때 3월 조성된 33면 규모의 서울역 서부 주차장을 이용해 달라"고 교육부와 각급 교육청에 요청까지 했다.

시는 부지를 임대해 만든 서울역 서부 관광버스 주차장처럼 앞으로 '숨은 공간'을 계속 발굴해 주차난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