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내년부터 7·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에 토익(TOEIC)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 토익 시험 관리에 대한 강도 높은 보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공무원 시험에서 배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공무원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가 검거된 송모씨(26)가 토익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처 고위 관계자는 17일 “최근 송씨 사례에서 보듯이 토익 시험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토익 점수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공무원 시험에 토익을 도입하는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토익 시험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공무원 시험에서 토익을 배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해 2월 토익 시험에서 약시(교정시력 0.16) 판정 내용이 담긴 허위진단서를 제출해 일반 응시생보다 시험시간을 길게 받았다. 송씨의 토익 점수는 2014년 700점을 밑돌았지만 이듬해 2월에는 700점을 넘어섰다.

인사처는 엄격한 시험 관리를 위해 최근 YBM시사 한국토익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장애인 편의지원 운영 현황과 개선 계획을 요구했다. 인사처는 토익위원회뿐 아니라 토플, 플렉스(FLEX), 지텔프(G-TELP) 등 4개 영어능력검정시험 시행 기관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관리하는 국사편찬위원회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토익, 토플 등 공인 영어시험 점수 제출 제도는 사법시험과 함께 5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서 활용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7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별도 영어과목 시험을 치르지 않는 대신 공인 영어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하는 방식이다. 7급 기준으로 토익은 700점, 텝스는 625점 이상이 돼야 한다.

인사처는 이르면 2018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에도 토익 등 공인 영어시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