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 응시생(공시생)의 정부서울청사 침입사건을 계기로 인사혁신처의 허술한 공무원시험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공시생 송모씨(26)의 범행이 미수에 그쳤지만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르는 공무원시험 합격자가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인사처는 공무원시험 합격자 명단을 검토하다가 처음에는 없던 제주도 출신 합격자가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송씨의 범행을 눈치챘다. 송씨가 응시한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시험은 지역별로 채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애초 없던 제주도 출신 합격자가 눈에 띈 것이다.

송씨는 7급 시험(지난달 5일)을 치르기에 앞서 2월28일에는 시험지 사전 유출을 노렸고 시험을 본 뒤인 지난달 6일엔 OMR 카드를 몰래 수정하려다 실패했다.

인사처는 해당 PC 부팅단계의 시모스(CMOS) 암호는 물론 문서 암호도 설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정보원 보안 지침에 따르면 정부 업무용 PC는 부팅단계의 시모스 암호, 윈도 운영체제 암호, 화면 보호기 암호, 중요 문서 암호 등 4중 암호 장치를 설정해야 한다.

공시생들 사이에선 시험관리 자체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공시생은 “공무원 PC에 침입해 합격자 조작이 가능하다면 구조적으로 시험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9일부터 세종시로 이전하는 인사처는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민간 건물에 입주할 예정이다. 24시간 경비를 서는 정부서울청사도 공시생 한 명에게 쉽게 뚫렸는데 민간 건물로 가면 보안이 더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