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사소송수수료규칙 개정…민사사건 수수료에 맞춰 상향
이혼·혼인무효 관련 위자료 소송 수수료는 절반으로 낮춰

이혼이나 상속으로 인한 재산분할 과정에서 청구액과 상관없이 무료나 다름없던 수수료(인지대)가 하반기부터 대폭 올라간다.

앞으로는 청구 금액에 따라 수수료가 많게는 지금보다 수천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민사사건 수수료를 기준으로 가사사건 재산분할 사건 수수료를 산정하도록 개정한 가사소송수수료규칙을 7월 1일 시행한다.

이에 따르면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사건에서 민사사건 수수료 규칙에 따라 산정한 금액의 2분의 1을 적용하게 된다.

상속에 따른 재산분할은 민사 사건과 동일한 수수료가 적용된다.

기존 규칙은 재산분할 사건에서 청구 금액과 관계없이 무조건 수수료를 1만원으로 정했다.

이는 민사·행정 재판에서 청구액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예를 들어 민사 사건에서 10억원을 청구할 경우 405만5천원, 100억원을 청구할 경우 3555만5천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개정 규칙을 적용하면 이혼·상속에 의한 재산분할을 청구할 경우 청구금액에 비례해 수수료가 늘어난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의 경우 10억원을 청구하면 202만7천500원을, 100억원을 청구하면 1천777만7천50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현재보다 많게는 1천배 이상 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민사와 가사 재판의 수수료 규정이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원 행정력 소모나 사건의 성격은 비슷한데도 수수료 차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재벌가에서 재산 다툼을 벌일 때도 서민들 간 사건과 똑같은 수수료를 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개정은 법원 재판과 행정력 소요에 드는 비용을 재판 당사자에게도 일부 부담시켜 '현실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1990년대 가사소송에 처음 재산분할 제도를 도입할 때 수수료 기준까지 깊게 고려하지 않고 시행한 데 따른 문제로 보인다"며 "그동안의 지적을 반영해 기준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재산분할 사건 수수료를 높이는 것과 달리 이혼이나 혼인무효, 파혼에 의해 위자료를 구하는 소송의 수수료는 2분의 1로 낮아진다.

이 사건들은 민사소송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수수료를 산정해왔는데, 가족 사이 분쟁인 점 등을 고려해 낮추기로 했다.

이밖에 친생자 확인과 혼인관계 존부 확인 등 일반적인 가사소송의 수수료는 2만원으로 유지된다.

입양 허가 신청이나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등 사건들의 수수료도 5천원으로 유지된다.

이 사건들은 재산상 이익을 구하는 내용이 아닌데도 높은 수수료를 받으면 가족관계를 둘러싼 권익을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법원행정처는 또 사건을 단독 또는 합의재판부에 배당하는 기준도 개정했다.

단독재판부는 1명의 판사가 혼자 심리하는 반면 합의재판부는 재판장과 2명의 배석판사로 구성된다.

현행 민사 및 가사소송의 사물관할에 관한 규칙은 재산분할 등 비송(非訟·소송절차에 의하지 않고 법원이 간이한 절차로 처리하는 것) 사건을 무조건 단독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했다.

이혼 등 소송은 소송가액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만 합의부에 맡겼다.

오는 7월부터는 소송과 비송을 가리지 않고 다투는 금액이 총 2억원을 넘으면 합의재판부가 사건을 심리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재산분할 등 사건은 원칙적으로 단독재판부에 배당한 뒤 일선 법원이 각자 기준에 따라 합의재판부에 다시 배당해왔다"며 "똑같은 금액을 청구해도 법원에 따라 배당 기준이 달랐지만 규칙 개정으로 통일성 있는 기준을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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