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선거유세 차량이 3일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노상장애물 표시선 안에 주차돼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노동당 선거유세 차량이 3일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노상장애물 표시선 안에 주차돼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가 상징 거리인 서울 광화문의 도로 한가운데에 한 정당이 대형 트럭을 사흘째 불법주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철을 맞아 경찰 등 관할 관청이 정당의 불법행위에 너무 관용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울 사직동 세종대로 사거리에는 ‘노동당’ ‘최저임금 1만원과 5시 퇴근법’ 등 문구가 적힌 대형 트럭이 도로 노상장애물 표시선 안에 주차돼 있다. 노상장애물 표시선은 도로에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표시선으로 이곳에 주차하면 도로교통법상 불법주차다. 종로경찰서 세종로파출소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노동당 측은 “지역 선거유세 운동을 위한 방송 차를 주차한 것”이라며 “경찰과 교통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로서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장기간 주차를 허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법주차를 적발하면 범칙금을 부과하고, 현장 적발을 하지 못하면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과태료 부과 및 견인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이 차량은 운전자 없이 방치된 상태이기 때문에 관할 구청이 담당해야 할 일이라는 게 경찰의 의견이다. 관할 관청인 종로구청은 3일 오후까지 불법주차 사실조차 몰랐다. 이날 구청의 주차단속반이 뒤늦게 현장에 나갔지만 과태료 부과·견인조치 대신 ‘불법주차 단속 안내문’이라는 경고문만 놓고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도로 한복판에 장기 정차한 뒤 광고판처럼 활용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고윤상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