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희생자·미수습자 가족 제사상 차리고 사고해역 헌화

"다시 찾아온 그 날의 기억" 세월호 2주년 앞두고 위령제
"세월호가 있는 곳이 어딘가요."

세월호 참사 2주년을 2주일 앞둔 2일 오후 세월호 참사로 한 집안의 가장, 부모, 아들, 형제를 잃은 일반인 희생자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 일부가 전남 진도 팽목항과 사고해역을 잇따라 찾아 위령제를 지내고 헌화했다.

일반인 희생자 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36명은 이날 새벽 집을 나서 인천에서 남쪽 끝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전세버스를 나눠타고 달려왔다.

팽목항에 도착한 가족들은 버스 짐칸에서 상을 꺼내고 제사용품과 제사음식을 꺼내 팽목항 임시 선착장에 '홍동백서' 제사상을 차렸다.

가족들은 북쪽이 아닌 바다를 향해 음식을 놓고 거센 바닷바람을 병풍 삼아 술을 따르고 절을 올렸다.

세월이 씻겨줘 잊은 듯한 슬픔은 제사상에 절을 마치고 고개를 드는 순간 다시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 올라와 눈물로 흘러내렸다.

희생자 가족별로 돌아가며 절을 올리는 사이 시신조차 찾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절조차 올리지 못하고 바다만 바라봤다.

일반인 가족들은 품에 국화를 안고 해경 경비정 두 척에 나눠타고 사고해역으로 향했다.

다소 높게 이는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느라 심하게 흔들리는 경비정 안에서 가족들은 두 해 전 4월 16일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의 허망한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듯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잃었다.

해경 경비정으로 1시간여동안을 달린 끝에 도착한 사고해역, 그곳에는 실종자를 수습하기 위한 바지 대신, 미수습자를 수습하고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위해 작업하는 중국의 상하이 샐비지 바지선과 부속선들이 생경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호 인양작업에 방해될까 봐 침몰한 세월호를 기준으로 수 마일 떨어져 원을 그리는 경비정 안에서 가족들은 국화를 하나씩 던졌다.

먼저 간 남편의 이름을 부르는 아내, 다시 볼 수 없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 훔치는 자녀, 너무 어린 나이라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해맑게 장난치는 어린아이.
사랑하는 이들을 보내고 각자의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마저 아리게 했다.

환갑 축하여행에 나섰다가 사고 발생 이후 6일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가족 곁으로 돌아온 정원재 씨의 아들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사고해역을 찾았다.

지난해 함께 온 정씨의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아 남편을 만나러 오지 못했다.

아들 정씨는 "지난해 형수의 배 속에 있던 아버지의 손녀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배 안에 있다 무사히 구조된 아이들도 위령제 현장과 사고해역을 방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생존 아이의 친척은 "아이가 주름 없이 자라고 있어 다행이다"면서도 "혹시나 아이가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태호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세월호의 인양이 조속히 이뤄져 미수습자들을 하루빨리 되찾았으며 좋겠다"며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절을 올렸다"고 말했다.

(진도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