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든다고 학생 매질…교권·학생 인권 침해 속출

교사가 학생을 마구 때리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고 교장이 교사를 괴롭히고….
요즈음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 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 개선을 위해 교권·인권보호 강화, 인성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에 매달리는 현실에서 이 같은 개선책을 얼마나 실천할지 의문을 나타내는 시각도 많다.

◇ 학생들의 교사 폭행 잇따라
지난해 2학기 울산 한 중학교에서는 남학생이 여교사에게 욕설을 내뱉어 문제가 됐다.

이 학생은 무슨 이유에선지 여교사가 들어오면 떠들고 수업을 방해했다.

여교사들은 담임과 함께 이 학생을 어르거나 달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썼으나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유 없이 급우를 때렸고 훈계하는 교사에게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었다.

학교 측은 결국 해당 학생에게 출석정지 5일을 결정했고, 여교사 2명은 충격을 받아 심리상담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6월 경북 안동에서는 중학교 3년생이 흡연을 나무라는 여교사(48)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흡연 문제로 교실에서 꾸중을 듣자 욕설을 퍼부었고, 교무실까지 찾아가 여교사에게 수차례 주먹을 휘둘렀다.

당시 문제의 학생은 학교 밖으로 달아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학생이 교사를 때리고 이를 촬영까지 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 2명이 수업시간에 기간제교사 머리, 팔 등 부위를 빗자루와 손 등으로 10여 차례 때리고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켰다.

이들의 비행은 다른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해 유포하면서 알려졌다.

이들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이달 21일 징역 장기 1년, 단기 4월의 실형을 구형받았다.

이밖에 충북 청주에선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여교사 종아리를 걷어찼고 경남 통영에서는 고교생이 40대 교사를 때리기도 했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래에는 초등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일도 있다.

지난 21일 경북 한 초등학교 4년생이 담임 여교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 학생은 같은 반 친구와 다툰 일을 두고 담임이 서로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에 반발해 교사의 얼굴을 쳤다.

이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고, 담임교사는 병가를 냈다.

제자에게 욕설을 듣거나 맞은 교사뿐만 아니라 이런 비행을 목격한 다른 교사들도 충격이 심하다.

충남 논산의 한 교사 김모(42)씨는 "학생이 다른 학생이나 교사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교사를 폭행하거나 앞에서 욕설을 내뱉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교단에 서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 교사가 학생 폭언·폭행도 잇따라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경우도 있지만 교사가 도가 지나치게 학생에게 폭언을 퍼붓거나 폭행해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많다.

지난해 5월 강원 춘천의 한 고교 교사(35)는 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고 떠들자 화가 났다.

그는 떠든 학생 2명의 얼굴을 폭행하고 학급 반장 엉덩이를 나무 막대기로 30여 회 때렸다.

맞은 학생이 피멍이 들고 피부 일부가 찢어져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결국 반장 학생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해당 교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해 7월 인천의 한 고교에선 자기주도학습 시간에 영화를 본 학생을 교사가 처벌하는 과정에서 죽도(竹刀)로 엉덩이 등을 5대 때린 일이 있었다.

피해 학생 부모는 학교를 방문해 항의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교사와 학교 측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선에서 사안은 마무리됐다.

최근 전남 한 고교에서는 기숙사 사감 교사가 늦게 일어난 학생 3명을 체벌해 학부모 항의를 받았다.

경남 함양에선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채소를 키우는 화분에 물을 주지 않는다"며 학생 19명을 손과 발로 때렸다.

조울증 치료를 받던 그는 사건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해 전북 전주의 한 고교에선 체벌을 허용하는 학칙을 만들어 상습적으로 학생을 때리다가 적발됐다.

전북도교육청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체벌을 주도한 교사 2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밖에 교장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폭행한 사례도 흔하다.

◇ 폭력 없는 학교는 요원한가
교사가 학생을 때리는 일에 비해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일이 훨씬 충격적이다.

교육부가 집계한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2009년 1천570건에서 최근 연간 4천∼5천건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최근 무너지는 교권을 바로잡기 위한 논리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교권보호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이런 여론을 반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문제 학생을 훈육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신체적 체벌을 금지하더라도 선진국처럼 교사에게 폭언, 폭행한 학생을 유급시키거나 강제 전학시킬 수 있는 제재 권한을 교사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익환 충남도의원은 "최근 언론을 통해 학생이 교사에게 욕설과 폭력을 가하는 등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며 "교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 자생적 노력, 학생 인성교육 강화 등 풍토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권회복뿐만 아니라 교사의 학생 체벌도 사라져야 할 구습이란 데에도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성교육 중심으로 교육현장이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학 입시와 각종 시험에 억눌린 상황에서 인성교육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41)는 "정부, 학교, 학부모, 학생 모두 인성교육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천은 별로 되지 않고 있다"며 "사회 분위기와 교육 방향이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종구, 최재훈, 김근주, 이종민, 신민재, 박정헌, 이강일, 이재현, 김형우, 전지혜, 최종호, 형민우, 백도인, 손대성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