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왼쪽)이 복강경을 이용해 대장암 환자 수술을 하고 있다 . 서울성모병원 제공
김준기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왼쪽)이 복강경을 이용해 대장암 환자 수술을 하고 있다 . 서울성모병원 제공
1994년 4월 김준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은 복강경(내시경을 활용한 수술장비)을 이용해 대장암 수술을 했다. 국내에서는 대장암 복강경 수술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던 때다. 1991년 미국에서 복강경을 이용한 담낭절제 수술을 배우고 돌아온 그는 복강경 수술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편한 수술법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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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인 1996년 그는 대한외과학회에서 복강경 수술 효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새로운 수술법의 등장에 반대했다. “무리하지 말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는 묵묵히 복강경을 이용해 환자를 수술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1000건의 수술을 돌파했다. 몇몇 의사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환자를 김 교수에게 보내기도 했다. 2004년 미국에서 복강경 수술에 관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복강경 수술을 개복 수술(배를 열고 하는 수술)과 같이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의사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2000년 복강경 수술을 하는 의사들과 함께 만든 복강경대장수술연구회를 통해 수술법을 전파하기로 했다. 2004년부터 2년 동안 2개월에 한 번씩 수술시연(라이브서저리)을 했다. 수술에 관심 있는 젊은 의사들이 대거 몰렸다.

2011년 12월 김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02세 대장암 환자를 복강경으로 수술해 성공했다. 대장암 복강경 수술은 이제 보편적인 수술이 됐다. ‘국내 대장암 복강경 수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 교수를 통해 대장암 복강경 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100세 넘는 환자를 수술한 의사로 유명하신데요.

“대장암은 직장과 결장으로 나뉩니다. 이곳에 암이 있는 모든 환자를 보고 있지만 일부 초고령 환자 수술 사례가 유명해진 것뿐입니다. 대장암 환자가 늘고 주로 암에 걸리는 연령층이 노인이다 보니 노인 수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 대장암센터에서 수술받은 환자들의 연령 분포를 보면 60대, 70대, 50대, 40대 순으로 환자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10대, 20대에 대장암으로 수술받는 환자도 있습니다.”

▷10대도 대장암에 걸릴 수 있다는 건가요.

“지난해 10대 환자도 두 명 수술을 받았습니다. 몇몇 사람은 젊을 때는 면역기능이 왕성할 시기인데 이 같은 면역기능을 뚫고 암이 자랐으니 더 악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젊은 암 환자도 나이 든 환자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암이 나이 든 사람들에게만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젊은 층에도 암이 생길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복강경, 개복, 로봇 등 다양한 수술방법이 있는데요.

“환자의 암 상태나 위치 등에 따라 세 가지 수술법을 모두 고려해 선택해야 합니다. 대장암 말기로 주위 조직에 암이 많이 붙어 있어 많은 장기를 떼어내야 할 경우 복강경보다 개복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직장 아래 부분은 로봇수술을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의사가 특정한 수술을 고집하기보다는 환자에 따라 가장 좋은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요.

“개복 수술을 해도 배를 작게 열면 내부 장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항문 가까이 깊은 곳이나 비장 식도 같은 곳은 크게 열어도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사가 얼굴을 가져다 대고 봐야 하는데 마스크 등이 있어 가까이 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복강경은 내시경을 넣기 때문에 깊숙이 잘 볼 수 있습니다. 돌아가신 제 은사님은 “눈을 장기에 놓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복 수술을 하면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은 만져서 느껴야 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직접 볼 수 있습니다. 합병증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복강경은 수술을 위해 작은 구멍만 뚫기 때문에 근육이나 신경 손상이 적습니다. 개복은 피부를 절개할 때 근육이나 신경이 잘려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근육과 신경 손상이 적으면 빨리 회복할 수 있고 빨리 먹고 걸을 수 있습니다. 수술 후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시간도 빨라집니다.”

▷대장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복강경 수술보다 좋은 것은 수술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고기와 술을 적게 먹는 등 대장암에 걸리지 않는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40대 이상은 대장 내시경을 5년에 한 번, 50대 이상은 3년에 한 번 받아 대장용종을 잘라내야 합니다. 용종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으면 대장암 복강경 수술도 필요없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