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습 서두르겠지만 시신 없어도 혐의 입증 자신"

경찰이 5년 전 비정한 친모와 의붓아버지에 의해 차디찬 야산에 암매장된 네 살배기 안모(당시 4살) 양 시신 수습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안 양에게 가해진 부모의 '가혹행위'는 물론 직접적 사인을 밝혀 줄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딸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유기)로 긴급체포한 의붓아버지 안모(38)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21일 오전부터 안씨가 숨진 안양을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 중턱에 대한 수색을 재개할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7시간 30분 동안 경찰관 등 60명과 굴착기 1대를 동원해 안 씨가 지목한 6곳을 발굴했지만 안양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암매장이 5년 전 일이고, 농로마저 새로 생긴 탓에 안씨조차 의붓딸을 묻은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문제는 시신을 찾지 못한다면 '시신 없는 시신 유기 사건'이 되고, 안씨에 대한 혐의 입증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안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형법상 7년 이하의 징역형이 규정된 '사체유기' 한 가지뿐이다.

그는 안 양의 시신을 암매장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안양을 숨지게 한 모든 책임을 지난 18일 자살한 아내 한모(36)씨에게 돌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모두 피하며 책임을 전적으로 자살한 부인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양 암매장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한 간접 증거는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친모 한씨의 유서와 안양의 시신을 야산에 묻었다는 안씨의 자백뿐이다.

증거가 없다면 '유죄 의심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유리하게(In dubio pro reo)'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토대로 판단할 때 무죄가 선고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씨에 대한 유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설령 안양의 시신이 수습되지 않더라도 안씨를 처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간접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으면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안씨의 아내가 지난 18일 "가족에게 미안하다.

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죽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목숨을 끊은 것이나, 안씨 자신이 그동안 해왔던 진술을 번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경찰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안씨가 경찰에서 했던 진술을 검찰과 법원에서도 일관도게 유지한다면 유죄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설령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더라도 정황이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것으로 본다"며 "이른 시일 내에 시신을 수습하고 나서 부검해 안씨의 혐의를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