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귀금속 가게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절했다가 신고로 적발된 건수가 최근 4년 새 10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도 같은 기간 14배가량으로 늘어났다.

14일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자가 지난해 영수증 미발급으로 신고돼 과태료를 낸 건수는 총 4903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486건)보다 10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현금영수증 거부한 변호사·의사 4년새 4배로
정부는 탈세를 막기 위해 2010년 현금영수증 발행 의무화제도를 도입했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발급 내역이 국세청에 신고되기 때문에 세원 파악이 수월해진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탈세를 위해 매출을 줄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도입 첫해 변호사업, 회계사업, 병원 등을 의무발행 업종으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가구 소매업과 안경 소매업 등을 추가했다. 한경수 국세청 전자세원과장은 “현재 의무발행 업종은 50개가량으로 늘어났다”며 “고소득 업종뿐만 아니라 현금거래가 많아 탈세가 쉬운 업종도 영수증 의무발행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과태료는 현금영수증으로 발급해야 할 액수의 50%다. 100만원의 수술비용을 영수증 처리하지 않은 의사는 과태료 5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영수증 미발급으로 부과된 총 과태료는 80억1200만원이었다. 4년 전인 2011년(5억8100만원)보다 13.8배로 증가했다. 과태료 건당 평균금액도 2011년 119만원에서 지난해 163만원으로 늘었다. 그만큼 1인당 탈세 규모가 커졌다는 얘기다.

전문직과 병·의원 등 고소득 사업자의 영수증 미발행 건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186건에서 지난해 698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과태료 액수는 3억7900만원에서 11억5100만원으로 증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비용처리 등으로 영수증이 필요한 법인이 아닌 개인을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보다 영수증 미발급 사례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소득을 숨겨 세금을 덜 내려는 온갖 ‘꼼수’도 횡행했다. 가장 흔하게 동원되는 건 ‘차명계좌’다. 고객에게 대금 지급을 현금으로 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차명계좌로 입금받고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국세청에 소득 발생을 숨기는 것이다. 변호사 수임료의 경우 의뢰인이 요구해도 간이영수증만 써줄 뿐 현금영수증은 써주지 않거나, 일부 액수에 대해서만 발급해주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민사소송 성공보수 3000만원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해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성형외과 등 병원에서는 현금으로 결제하면 진료·수술비를 할인해주는 대신 현금영수증은 발행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가 적발된 곳이 많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