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게임의 도시 부산, 이젠 'VR 메카' 꿈꾼다
지난해 11월12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15’ 전시장. 행사장의 화두는 가상현실(VR)이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전시부스 앞에는 올해 상반기 출시를 앞둔 ‘플레이스테이션(PS) VR’을 체험하려는 사람들이 단 5분을 위해 한 시간 이상 줄을 섰다. VR 기기를 쓴 사람들은 게임 공간에 들어선 듯 소리를 지르고 몸을 움직이며 즐거워했다. 일부 대형 게임사의 불참에도 약 21만명이 지스타를 찾아 역대 최다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부산에서 부활한 지스타

부산이 지스타, 부산국제영화제(BIFF) 등 국제적인 게임·영화 축제로 아시아 최대 영상콘텐츠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다. 뛰어난 자연 경관에 벡스코 등 대규모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시설, 고급 호텔과 교통 등의 관광 인프라가 시너지를 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스타는 2009년 경기 고양에서 부산으로 개최지를 옮기며 급성장했다. 국내 소규모 게임사만 참가하던 행사에 미국의 세계적 게임업체인 블리자드, EA 등이 대거 참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병석 부산시 문화관광국장은 “B2B(기업 간 거래) 부스 집중 육성 전략, 20억원 규모의 부산시 지원, 최고급 호텔과 교통 인프라가 시너지를 낸 결과”라며 “넥슨, 엔씨소프트와 같은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이 호텔 한 채를 통째로 빌려 바이어들을 초대하면서 부산시 경제 활성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지스타를 통한 게임업계의 수출 계약 실적은 2020억원(2014년 기준)에 달한다. 도시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1252억원, 고용유발 효과는 1957명으로 추정됐다.

◆‘영상도시’ 이끈 국제영화제

부산을 영상도시로 변신하게 한 또 하나의 축은 부산국제영화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섬유·목재·신발 등 부산의 주력 기업이 주변 도시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경제가 갈수록 위축되던 부산에 희망을 던진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가 1996년 처음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다. ‘비경쟁 영화제’, ‘아시아 작품 중심’으로 차별화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 결과 아시아 최대 규모, 최고 권위의 영화제로 성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 영화제의 경제적 파급 효과(2013년 기준)를 최대 2172억원, 고용유발 효과를 2483명으로 추정했다.

부산시는 기존 영상 콘텐츠를 바탕으로 VR산업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오는 5월 해운대 동서대 센텀캠퍼스 안에 ‘VR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