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 복지 더 이상 외면 못해"…서울대 학생회, 강의 공동구매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가 사설학원의 고시 강의를 학생들에게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기로 했다. 학생회 차원에서 고시생을 지원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는 이달부터 5급 공무원 공채 시험(행정고시)과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대비한 학원 강의 공동구매 신청을 학생들로부터 받고 있다. 사회과학대 학생회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학원과 인터넷 강의 전문 업체를 한 곳씩 선정해 공동구매계약을 맺었다. 신청 인원에 따라 최고 45% 할인된 가격에 강의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학교 차원에서 고시준비반을 운영하고 고시생들에게 장학금 등 지원을 하는 다른 대학들과 달리 서울대는 고시생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학생회 차원에서도 고시생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수 학생들이 고시 공부를 택하는 현실을 학교 당국이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과학대는 서울대 내에서도 다른 단과대에 비해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비중이 높다. 경제학부, 정치외교학부 등 주요 학과에서는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행정고시를 준비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전통적으로 운동권 성향이 강했던 사회과학대 학생회도 학생복지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고시생 지원에 나섰다.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에겐 고시학원비 등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큰 부담”이라며 “학생들의 생활물가를 낮추자는 ‘물가 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강의 공동구매 사업을 벌이게 됐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