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환자 중 알코올 남용·조현병 비중 높아
경희대병원, 국내 응급실 이용환자 분석 결과


응급실을 연간 4회 이상으로 찾는 단골환자 3명중 1명은 '의료급여'를 받는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급실을 연간 4차례 이상으로 자주 찾는 환자들이 내는 의료비가 전체 응급실 이용 비용의 17%를 차지했다.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기반으로 2009년 응급실 이용환자 중 1년에 4번 이상 응급실을 방문한 단골환자(4천835명)와 그렇지 않은 일반환자(15만1천411명)로 구분해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1월호에 게재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응급실 단골환자 4천845명은 전체환자의 3.1%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낸 의료비는 824억원으로 전체 의료비 4천800억원 중 17%를 차지했다.

한 번 응급실을 방문할 때마다 낸 의료비 역시 단골환자는 271만8천501원으로 일반환자가 지출한 의료비 190만5천261원보다 30%가 많았다.

이처럼 의료비 부담이 높은 단골환자들은 일반환자보다 더 아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단골환자 중 응급실 방문이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는 50%로 일반환자(36.4%)보다 많았고, 사망률 역시 11%로 일반환자(3.5%)보다 높았다.

특히 연구팀은 응급실 단골환자의 특성으로 사회·경제적 보호가 필요한 의료급여 환자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주목했다.

단골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는 31.9%(1천544명)에 이르지만, 일반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 9.4%(1만4천215명)에 머물렀다.

이상열 교수는 "전체 환자와 비교해 의료급여 환자들은 소수지만 질환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응급실을 과도하게 방문해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이 불필요하게 응급실을 찾지 않도록 공중보건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단골환자 가운데는 알코올 남용 또는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경우가 3.8%(186명)를 차지해 일반환자들과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일반환자들에게서는 알코올 남용이 1%에 못 미치는 비율로 나타났지만, 단골환자에게서는 응급실 이용 횟수가 4회에서 10회로 많아질수록 진단 비율도 1.1%에서 4.4%까지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조현병 역시 일반환자에게서는 0.01~0.05% 비율로 진단됐지만, 단골환자에게서는 이용횟수에 따라 0.33~1.34%로 진단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 알코올 남용이나 조현병으로 응급실을 찾은 단골환자 중에서는 사망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른 단골환자의 사망률이 12.1%를 기록한 것과는 큰 차이다.

응급실 방문이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도 1.6%로 다른 단골환자의 수술 시행률이 49.95%에 이르는 것과 대조됐다.

이상열 교수는 "낮은 사망률과 수술 시행률은 환자의 상태가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중증도가 높거나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이라며 "평소 금연프로그램 등의 외래 진료를 강화하고 사회안전망을 갖춘다면 알코올 남용과 조현병 환자의 잠재적인 응급실 이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