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교직원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희대가 재정난으로 인력 보충을 제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경희대 고위관계자는 이 학교 국제캠퍼스 소속 교직원 A씨(36)가 지난 15일 경기 수원에 있는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교직원 6년차인 A씨는 유서에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희대 관계자는 “최근 대학 업무가 몰리면서 A씨의 업무 부담이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며 “흔히 대학 교직원은 편하다는 인식이 많지만 실제로는 평일 야간 근무는 물론 토요일 근무도 잦다”고 했다. A씨는 주검으로 발견되기 이틀 전인 토요일에도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들은 재정난으로 교직원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학교 당국은 예산 부족으로 지난 3년간 교직원을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며 “A씨처럼 상대적으로 젊은 교직원들에게 업무가 몰릴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학교 교직원의 평균 연령은 약 45~46세에 이른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경희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학교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2012년 이후 지난 4년 동안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가 약 73억5000만원 삭감됐다. 이에 경희대는 2012년은 국고 사업을 통해 학생 경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것일 뿐이며 이전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18일 위기 대응팀을 꾸리고 진상 규명과 교직원 심리 치료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위기대응팀 관계자는 “현재는 유가족을 위로하는 게 최우선이며 교직원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