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식처럼 손자를 길렀다면 조부모에게도 면접교섭권을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2단독 제갈창 판사는 딸이 죽고 나서 3년 가까이 외손자를 기른 A(60·여)씨가 사위를 상대로 "손자를 정기적으로 만나게 해달라"며 낸 면접교섭권 허가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의 딸은 2012년 아이를 출산하다 숨졌다.

A씨는 사위와 손자를 자신의 집에 살게 하며 손자를 정성껏 길렀다.

그러다 사위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하겠다며 떠났다.

A씨는 사위를 피해 손자를 데리고 집을 나갔다가 지난해 1월 사위에게 데려다 줬다.

이후 손자를 보지 못하자 면접교섭권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사위는 A씨가 딸을 향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한 채 손자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며 아이가 새엄마에게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시점에 외할머니를 만나고 친모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민법 837조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한쪽과 자녀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법의 취지가 가정 해체에 따른 애착 관계 단절이 아동의 복리와 건전한 성장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기반을 둔 점에 비춰보면 숨진 친모 대신 외조모가 3년 가까이 양육하며 깊은 유대와 애착 관계를 형성했을 때 이를 끊는 게 아이의 복리에 부합한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때에는 외조모라 할지라도 예외적으로 면접·교섭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사위 쪽에서 항소한다면 1심 판결이 유지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