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대물림 유전병 가진 부부도 PGD 이용하면 안심 출산"
결혼 연령이 늦춰지고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갖는 부부가 늘면서 난임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늦은 임신은 다운증후군 등 각종 기형아 발생 위험을 높인다. 임신 전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태아의 유전질환 위험을 미리 없애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강인수 차병원 서울역센터 여성의학연구소 산부인과 교수(사진)는 착상 전 유전 진단(PGD)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PGD는 유전병 위험이 있는 부부의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 뒤 유전질환 위험이 없는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강 교수는 1996년 제일병원 난임센터에서 PGD를 시작했다. 지난해 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국내에서 PGD를 가장 많이 한 의사다. 강 교수를 통해 PGD를 통해 막을 수 있는 유전질환의 종류와 난임 예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PGD에 대해서 설명해주십시오.

“염색체나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근육이 지방으로 변하는 뒤센근이형성증, 다운증후군 등을 가진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정상인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개발된 기술입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 뒤 검사해 정상 배아를 선택해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입니다. 아이가 각종 유전질환을 지닌 채 태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유전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는 얼마나 됩니까.

“2014년 국내 출생아 숫자는 43만명입니다. 이 숫자는 매년 줄고 있습니다. 전체 출생아의 2%인 9000여명이 크고 작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전체 숫자로 비교하면 드물지만 유전병을 가진 아이가 한 명이라도 태어나면 해당 가정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합니다. 이들을 치료하고 재활하는 데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도 큽니다. 유전성 희귀질환은 대부분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출산할 때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 방법인데 PGD를 이용하면 대물림 유전병을 가진 부부가 건강한 2세를 출산할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예방할 수 있는 유전병은 몇 가지 정도입니까.

“6000종 정도의 유전병이 있습니다. 여러 개의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 유전질환이 생기는 것을 복합유전질환이라고 하고 특정한 하나의 유전자에 이상이 있을 때 질환이 생기는 것을 단일유전질환이라고 하는데 PGD는 단일유전질환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6000종의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지만 현재 정부에서 허용하고 있는 것은 160종 정도입니다. 유전병을 가진 가계의 고통을 고려해서 이 같은 범위를 좀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PGD가 필요합니까.

“가족 중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검사를 해야 합니다. 이들은 특히 계획 임신이 필요합니다. 평소에는 피임을 하고 임신을 할 때는 반드시 PGD를 통해 유전질환 위험을 줄여야 합니다. 2~3번 연속해 유산이 되는 사람들도 검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염색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염색체가 잘못 붙어 있는 경우 본인에게는 이상이 없지만 임신 초반에 자연유산이 되는 일이 흔합니다. 늦은 나이에 임신하는 여성도 검사해봐야 합니다. 40세 가까운 나이에 임신을 하면 염색체가 감수분열할 때 문제가 생겨 다운증후군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난임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난임 자체가 증가하는 것보다는 늦게 결혼을 하기 때문에 아이를 갖기 힘든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여성이 아기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은 비슷하지만 28세에 가지려고 할 때와 38세, 42세에 가지려고 할 때의 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려고 하면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자연히 난임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남성 입장에서 보면 임신은 체외수정이지만 여성 입장에서 보면 체내수정입니다. 연령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40대에는 20~30대에 비해 임신 확률이 줄어듭니다. 37세 이전 여성이 아기를 낳을 상황이 아니라면 난자를 채취해 동결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너무 늦어지면 아이를 아예 갖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