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혐의 무죄판단…1심 징역 10년서 대폭 낮춰, 장남은 집행유예

옛 STX그룹 계열사에서 장남 회사 광고비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은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승련 부장판사)는 12일 정 전 총장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뇌물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 액수를 공소 사실처럼 7억7천만원으로 볼 수 없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 단순 뇌물죄를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천5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총장의 장남 정모(39)씨에게도 1심의 징역 5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3억8천500만원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재판부는 "정옥근이 자금을 대줘 장남이 설립한 '요트앤컴퍼니'는 지분을 33%씩 가진 다른 주주가 2명 더 있었으므로 장남의 1인 회사로 볼 수 없고 엄연히 법인격의 실체가 있는 회사였다.

따라서 이 회사에 지급된 7억7천만원을 피고인들이 모두 뇌물로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STX가 7억7천만원을 요트앤컴퍼니에 후원해 피고인들이 이득을 본 것은 자명하지만 이 후원이 회사 주식가치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특정하기 어려워 경제적 이익의 가액을 산정할 수 없으므로 특가법상 뇌물죄가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가법은 뇌물 수수액에 따라 형량을 높여 가중 처벌하게 돼 있어 1심 형량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항소심에서는 형법상 뇌물죄가 적용됨에 따라 법정형 자체가 크게 낮아졌다.

또 정 전 총장이 해군 정보함에 탑재할 통신·전자정보 수집장비의 납품을 성사시켜주고 관련 업체로부터 2009년 2차례 총 6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1심은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이모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유죄로 봤지만, 항소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뇌물공여자의 부탁으로 3천만원을 정옥근에게 전달하기로 해놓고 자신이 착복해 이미 '배달사고'를 일으킨 바 있는 인물이어서 나머지 3천만원에 관해서도 거짓 진술할 동기가 있다.

전달 방법 등도 공여자와 진술이 엇갈려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에게 "해군참모총장 지위를 내세워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에 거액의 후원금을 지급하게 한 죄질이 불량하다.

방산업체와 해군의 유착관계를 근절할 정책적 필요성도 있다"며 "다만,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뇌물을 받은 뒤 부당한 처사를 행한 것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남 정씨에게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불리한 정상이지만, 본인이 공직자는 아니며 아버지가 실형을 받고 장기간 복역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옛 STX그룹 계열사에서 장남 회사를 통해 7억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3월 구속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